배우 송혜교(29)를 취중토크 테이블에서 만나기까지는 꼬박 2년이 걸렸다. 처음 섭외를 시작한 건 지난 2009년이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마친 후이고,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를 찍으러 중국으로 들어가기 전이었다. 먼길을 떠나기에 앞서 페어웰(Farewell) 인터뷰를 제안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시간도 그렇지만 술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적잖이 경계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 뒤로도 섭외의 끈을 놓치 않았다. 친언니나 다름없는 동반자이자 매니저 박현정 이사를 통해 수시로 의지를 전달했다.
조금씩 진심이 전해지는 듯했다. 그 사이 송혜교는 범상치 않은 작품 선택으로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채워나갔다. 또 현빈과의 만남과 이별로 또 한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연히 그는 꼭 만나보고 싶은, 만나봐야할 스타 중의 스타가 돼 있었다.
지난달 날씨가 화창했던 어느 날, 서울 삼청동의 한 퓨전음식점에서 송혜교를 맥주잔을 부딪치며 만났다. 취중토크는 모두가 궁금해할 '그녀의 모든 것'에 접근하려 애썼다. 송혜교도 인터뷰 사이 화장실에 두차례 다녀올 정도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솔직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심혈을 기울인 마지막 질문에도 만족할만한 답을 내놨다. 그는 3시간여의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데뷔 이래 이렇게 오래 인터뷰를 한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오늘' 현장에선 늘 '송혜교 타임'-드디어 만났네요. 자, 취중토크 필수질문부터. 주량은."잘 못해요. 처음 술을 접했을 때는 제가 잘 마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주량은 와인으로 치면 반병 정도? 오늘처럼 맥주도 가끔 마셔요. 소주는 '파랑주의보' 때 차태현 오빠에게 배웠고요."(웃음)
-최근까지 영화 '오늘'을 찍었다고요.'오늘'은 교통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다큐멘터리 PD 다혜(송혜교)의 이야기다. 가해자인 소년을 용서하고 난 뒤의 또다른 고뇌와 용서를 다루고 있다. '집으로…'(02)의 이정향 감독이 9년만에 메가폰을 다시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작년 11월에 크랭크 인 해서 지난 3월에 끝났어요. 감독님에게 먼저 반했어요. 그리고 홍콩에서 영화 찍는 동안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아서 하게 됐어요. 제 입으로 말하면 그렇지만 제겐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현장에서 늘 '송혜교 타임'이 있었다던데…"아, 제가 맡은 다혜가 무거운 캐릭터였지만 현장은 너무 편안하고 즐거웠어요. 특히 스태프 아저씨들하고 많이 친해졌어요. 카메라가 꺼진 후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있을라치면 어느새 아저씨들이 제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거예요.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재미있었어요."(웃음)
▶'일대종사' 영춘권 연습만 수개월, 허벅지와 종아리에 근육만 늘어
-'오늘' 전에는 중국과 미국 작품에 참여했죠."'오늘'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중국에서 왕자웨이 감독의 '일대종사'를 찍었어요. 2009년부터 시작했으니까 벌써 횟수로 3년이네요. 아직 보충촬영도 남았고요. 그리고 그 전에는 미국 독립영화 '페티쉬'가 있었죠. 제겐 모두 흥미로운 도전이었어요."
-'일대종사'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왕자웨이 감독님과 좀 인연이 있어요. 처음엔 뵌 건 2004년에 '2046' 개봉 시사회였어요. 그리고 2007년에 미국에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개봉 때 또 만났어요. 그때 마침 저도 미국에 있었거든요. 그렇게 인연이 된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인연이라지만 3년간 촬영이면 너무한 거 아닌가요."예상보다 촬영이 자꾸만 늘어져서 감독님에게 살짝 앙탈을 부리기도 했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스태프들에게 '송혜교 여권 보관하고 있지?'하며 물어보셨대요. 혹시 도망갈까봐 걱정하셨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나중에 같이 출연한 장쯔이씨가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감독님은 원래 스타일이 그렇다고. 그래서 다른 배우들도 다 그렇겠거니 하며 아예 포기하고 맘 편하게 지낸다고."
-도중에 통통한 모습의 파파라치 사진이 화제가 된 건 아나요."그럼요. 촬영이 늦어지고 그래서 잠깐 배드민턴 치러 나갔다가 찍힌 거예요. 촬영 전에 몇 달이나 액션 연습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몸이 많이 굵어진 상태였어요. 엽문의 부인 역할인데 영춘권을 배우니까 허벅지에 근육이 생기고 종아리에 알이 배기더라고요. 하루 5시간씩 연습하느라 몸이 붓고 그랬는데 정작 영화에는 나올지 모르겠어요."(웃음)
-할리우드도 본격적으로 가봐야죠."글쎄요. 전 그보다는 유럽영화쪽이 좋아요. 그런 스타일의 영화를 더 해보고 싶어요. 중국영화도 하나 더 하게 될 것 같아요."
▶이진·한혜진과는 은광여고 소문난 '얼짱' 동문, 키 콤플렉스는 이미 극복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인데 한결같은 미모의 비결은 뭔가요."정기적으로 받는 스킨케어?(웃음) 농담이고요. 많이 노력하죠. 아침마다 한 시간씩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종합건강검진도 받았어요."
-건강하다고 하던가요."위염이 살짝 있는 것 말고는 아주 건강하대요."
-'얼짱' 송혜교에게도 성형설이 있더군요."그게 참, 뭐라 설명할 수도 없고… 그리 신경쓰는 편은 아닌데 이번 기회에 말씀드리려고요. 성형한 적 없어요. 고교 때 통통한 모습으로 데뷔했다가 차츰 나이들면서 살이 빠지니까 그렇게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이 대목에서 송혜교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어릴 적 사진 몇 장(사진)을 선뜻 공개했다. 3세, 7세,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사진이었다. 3세 때 사진은 눈이 동그랗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마치 외국인 소녀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제법 커서 성숙함마저 풍긴다.
-학창시절 '은광여고 3대 얼짱'의 주인공이었죠."글쎄요.(웃음) 전 사실 잘 몰라요. 저보다는 핑클 이진 언니가 진짜 대단했어요. 학교 1년 선배인데 예쁜 걸로 유명했죠. 저도 이진 언니 때문에 한별단 동아리에 들어갔을 정도예요."
-한혜진씨도 있었잖아요."혜진씨는 동급생인데 반이 달랐어요. 하지만 역시 얼짱으로 유명해서 처음엔 그를 보러 교실로 찾아가 기웃거렸던 기억이 나요."(웃음)
-키 콤플렉스는 이미 극복했다고요."데뷔할 때는 작은 키가 콤플렉스였죠. 늘 하이힐 신고 다녔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극뽁'한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데뷔한지 15년이나 됐고 매번 키 얘기 때문에 우울할 때는 지난 거죠. 그리고 키가 좀 컸더라고요. 161㎝였는데 건강검진 때 다시 재보니 정확히 161.4㎝였어요."(웃음)
▶인간 송혜교는? 쉽게 상처받지만 강단있는 스타일
-인간 송혜교는 어떤 사람인가요."엄마를 사랑하는 딸이고 강아지 7마리를 키우는 '엄마'예요. 뒤끝 있는 A형 성격에 쉽게 상처받는 스타일인데, 한번 아니다 싶으면 절대 보지 않는 강단도 있어요. 아예 휴대폰에서 전화번호를 지워요."
-송혜교에게 어머니는."때로는 자매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는 둘도 없는 엄마죠. 제가 무남독녀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한번도 엄마 말씀을 거역해본 적도 없어요. 오죽했으면 엄마가 저보고 '너는 어째 사춘기도 없냐'고 하실 정도였죠. 돈 관리도 대부분 엄마가 해주세요. 카드로 많이 긁으면 혼나요.(웃음)"
-평상시 하루 일과는."오전 9시쯤 기상해서 운동하고 공부해요. 틈나면 청소하고 요리도 하고요. 저 한정식 잘해요. 특히 갈비찜·닭볶음탕·육개장 잘해요. 먹어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요. 엄마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죠."
-동네마트도 가나요."그럼요. 자주는 못가도 한번 가면 일주일, 2주일치를 한꺼번에 사와요."
-평소 외출 패션은."그냥 쫄바지에 박스티. 트레이닝복은 잘 안 입어요."
-자주 만나는 지인은."대부분 언니들이죠. 매니저 언니, 중국어 통역 언니 등등이요. 아참, 최근에 김민희씨랑 많이 친해졌어요. 서로 고민거리가 있으면 조언해주는 사이에요."
-요즘 푹 빠진 것은."닭발이요. 최근에 닭발의 참맛을 알았어요. 맥주랑 오뎅·계란탕이랑 같이 먹으면 더 좋아요.(웃음)"
-살면서 '이건 진짜 아니다'하고 느꼈던 것은."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이 있어요. 막말같은 거죠. 그런 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부부간에는 '우리 이혼해' 같은 말. 그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아파요."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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