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정규 시즌 50이닝 이상 투구 및 1점대 평균자책점. 8~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SK 불펜 투수로 연속 등판한 박희수·정대현·정우람의 성적 공통분모다. 올 시즌 이 성적 조건을 만족시킨 투수는 이 셋 외에 삼성 오승환, 넥센 손승락 뿐이다. 이들 세 투수가 이어 던진 9일 SK 불펜은 말 그대로 '언터처블'. 이들은 각각 2-1-2이닝씩을 책임지며 약속이나 한 듯 1피안타 무실점으로 5이닝을 틀어막았다.
특히 올 시즌 후반기 혜성처럼 나타난 SK의 '왼손 구세주' 박희수의 활약이 눈부시다. 포스트시즌 첫 출장인데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지고 있다. 특유의 탈삼진도 여전하다. 2차전 8회 1사 후 김선빈과 이범호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단연 돋보였다. 박희수의 정규 시즌 이닝 당 탈삼진 비율은 1.13. 39경기에 등판해 67이닝 동안 76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박희수는 1차전에서도 0-1로 뒤진 9회 초 무사 1·2루 위기에서 김상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박희수가 '새 얼굴'이라면 정대현은 SK불펜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2007년부터 SK가 한국시리즈 우승 세 차례, 준우승 한 차례를 달성하는 동안 그는 팀의 가장 믿을만한 마무리 투수였다. 2007년부터 한 시즌(2008년·2.67)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1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정대현은 올해도 정규 시즌 53경기에 나서 3승 3패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48의 특급투를 선보였다. 1차전에서는 0-1로 뒤진 5회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 2탈삼진을 기록했고, 2차전에서는 2-2로 맞선 9회 등판해 공 8개로 나지완·김상현·안치홍을 삼자 범퇴시켰다.
올 시즌 홀드 부문 타이틀 홀더(25홀드)인 정우람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2-2로 맞선 10회초 정대현이 선두 타자 최희섭에게 안타를 내주자 구원 등판해 차일목의 번트 실패(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를 유도했다. 이어진 1사 1루서 대타 이종범을 공 1개로 병살타 처리했다. 11회초에는 이용규·김선빈을 잡아낸 뒤 이범호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나지완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있지만 SK 불펜은 박희수라는 새 얼굴까지 가세해 더욱 강해졌다. 정규 시즌 4관왕 윤석민이 버티는 KIA 선발진이 SK 선발진보다 강하지만 '명불허전' SK 불펜의 위용도 만만치 않다.
유선의 기자 [sunny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