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투수들과 LG 타자들에게 때 이른 혹한기가 찾아왔다. 선동열·김기태라는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와 타자를 각각 신임 감독으로 맞이한 선수들은 마무리 훈련과 전지훈련 캠프에서 강한 훈련과 치열한 경쟁에 임하게 됐다.
선동열 감독은 감독으로 선임된 직후 "투수진 전원이 마무리 훈련부터 강훈에 나설 예정이다.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김기태 감독 역시 1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외과의사가 되겠다. 실력이 없고 팀워크에 방해가 되는 선수는 도려낼 것"이라며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선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해태에서 11년 동안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고, 1996년 일본 주니치에 진출해서도 4년 동안 마무리 투수로 빼어난 활약을 했다. 2004년 삼성 수석코치로 부임한 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감독으로 삼성에 머물면서 철벽 불펜진을 조련해 냈다.
전임 김응용 감독의 영향도 적지 않지만 삼성의 '지키는 야구' 스타일을 확고하게 정립시킨 건 선 감독이다. 올 시즌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윤성환·차우찬과 선발·불펜을 오가며 맹활약했던 안지만 등이 선 감독의 조련을 받았다.
선 감독은 "KIA가 윤석민·로페즈 등 수준급 선발 투수들을 보유하고도 불펜이 불안해 많이 패했다"며 "마무리 훈련과 전지훈련 캠프에서 강한 훈련을 통해 KIA의 체질을 바꾸고 옥석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선수들이 목표를 높게 가져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올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9년째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LG 선수들에게 스타 의식을 버릴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는 "주전 자리에 '등기 설정'해 놓은 친구 아무도 없다. 전지훈련 캠프에서 기량과 팀워크 등 모든 걸 다시 평가해 내년 라인업을 짜겠다"며 팀 내 경쟁을 통해 끈끈한 팀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올 시즌 후반기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점도 고려해 "체력 훈련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지난해처럼 길게 이어지는 훈련일정을 짜지는 않았지만, 경쟁구도 속에서 치열하게 훈련시켜 선수들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복안이다.
두 감독은 모두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선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다. 선수들이 9회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말했고, 김 감독은 "9년이면 충분하다. 내년에는 4강 간다"며 10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공언했다. 아직 '가을야구'가 한창이지만 가을야구에서 1차 탈락한 팀과 가을야구에 9년째 못간 팀 선수들은 '호랑이 감독님'과 함께 일찌감치 혹한기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