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승마] 남박사의 말이야기 78. 고삐 없이 통하는 궁극의 손맛
낚시의 절정은 손맛을 느끼는데 있다. 이 때 전달되는 전율과 묘한 쾌감은 몰입 그 이상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손맛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해수면과 내수면에 깊숙이 숨어있는 대어들과 극적인 접촉점이 다름아닌 손맛이기 때문이다. 낚시의 초보자들에게는 이런 손맛은 상당히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다. 손맛은 과학적 데이터에 의한 산물이라기보다 느낌이나 감각에 의한 결과다.
손맛은 낚시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골프에서도 그 맛은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특히 드라이버나 퍼팅시 손맛은 강·온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강한 임팩트로 볼이 스윗스팟에 정확히 맞아 최대 거리로 비행할 때 느끼는 손맛은 골프에 더욱 빠져들게하는 요인이다. 물론 이런 손맛은 드라이버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퍼팅시에도 부드러우면서도 짜릿함이 교차되는 손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을 받게 되면 공이 홀컵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공이 홀컵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죽어있는 공이 살아있는 공처럼 느껴진다는 표현이 더욱 생동감있을 것이다.
승마에서 손맛은 그 경지가 다른스포츠와 다르다. 말이 재갈을 질근 질근 씹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기승자에게 전달할 때, 그리고 기승자가 예민하고 부드러운 고삐부조로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말에게 전달할 때 전자는 입맛, 후자는 손맛을 느끼게 된다. 말이 입맛을 느끼면 입에서 침을 분비한다. 우리는 너무나 좋은 뭔가를 봤을 때 '넋을 잃고 침을 질질 흘린다'고 표현한다. 말의 입에서 흘리는 침은 이런 느낌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감정표현이다.
기승자가 느끼는 손맛은 대략 세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말이 재갈을 씹을 때 느끼는 손맛이다. 이 때 습관적으로 재갈을 씹는 것인지, 기승자의 부조에 응답하기위해 씹는 것인지를 금새 알 수 있다. 습관적으로 씹는 경우는 씹는 정도가 부드럽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부조의 강도나 방향 등과는 무관하게 씹기 때문에 그 빈도가 운동을 시작해서 끝나는 시점까지 거의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또 큰 형태의 동작을 지극히 부드럽고 가벼운 부조(신호), 즉 손가락 하나로 유도해 낼 수 있는 손맛을 들 수 있다. 이 때 느끼는 손맛은 말의 지배력에 대한 욕구충족 수준에서 벗어나 가느다란 고삐를 매개로 말과 손끝으로 하나가 되는 절정감을 의미한다.
마음으로 느끼는 손맛도 있다. 말에게 어떤 지시를 하고자 기수가 마음속으로 결정하면 그 결정은 고삐를 통해 말에게 전달된다. 이것이 통상적인 의사전달 과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수가 뭔가를 맘속에 결정하면 손으로 신호를 전달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 기수의 결정을 먼저 알아차리고 행동에 옮기는 손맛을 말한다.
이 때 느끼는 손맛은 주로 고삐를 통해서 감지되지만 때로는 근육의 떨림으로 기수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주로 복부 근육의 떨림이 있기 때문에 기좌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승마에서 이런 손맛은 이미 과학의 단계를 넘어서 감각 세계에서 느낌으로 알 수 있으며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그것을 ‘궁극의 단계’라고 표현한다.
남병곤 제주대 석좌교수(승마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