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섹시토크] No Globe No Sex
은주가 덤덤하고 목소리로 “야, 나 이때 즈음 생리하지 않았냐?”라고 물어본다. 여자 친구들로만 이뤄진 그룹에서는 생리 주기가 비슷해지거나 차례대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식으로 자신의 예정일에 대해 별 의미 없는 묻기도 한다. 하지만 내 귀에는 무심하려고 애쓰는 말 속에 불안함과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냥, 얘기해.” 생리예정일이 지났는데 생리를 안하고 있다는 말은 배란기 즈음 섹스를 했는데 피임을 안했다와 이음동의어였다.
은주는 친구들에게서 ‘곧 할거야. 안한다고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으면 더 늦어져. 마음 편히 가져. 별일 없을 거야’와 같은 위로와 토닥거림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은주의 배에다 대고 “너네 엄마가 이래! 뭐가 그리 급했는지 콘돔 포장 뜯을 시간도 없으셨단다”라고 말했다. 은주는 질겁하며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밀어냈다. “내가 콘돔은 꼭 쓰라고 그랬지!”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차갑고 모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 건데? 대책은 있어? 오빠가 책임은 질 수나 있냐?” 성적인 즐거움을 추구하고 긍정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질 수도 없는 연애 관계는 불안전하고 위험하다. 혼전 임신은 여성에게 피해가 막심하고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임신을 하는 순간 달콤한 로맨스는 잿빛 현실이 된다. 아무도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오길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도 ‘설마 임신하겠어?’라는 자기 몸에 대한 미련스러운 믿음과 피임은 전적으로 남자가 알아서 하는 거라고 내버려둔 태도가 불안을 자초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어릴 때는 아무래도 정보도 부족하고 수줍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피임을 하자고 말하는 게 영 껄끄럽고 쉽지 않은 일이라 그런 실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불안함의 책임은 두 사람에게 있다. 둘의 문제로 친구들을 괴롭히지 마라. 친구들에게 징징거리지 마라. 차라리 피임을 안 한 상대 남자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것으로 불안함을 해소해라. 그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건 정말이지 못 봐주겠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위로받고 토닥임을 받고, 뒤늦게 생리를 시작하면 안심하고 넘어가는 일의 반복. 그런 식으로 자신의 실수에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나쁜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예정일이 지났는데 혈이 비치지 않고 불안할 때는 산부인과를 찾아라.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임신테스트를 받고, 의사선생님께 눈물 쏙 빠지도록 혼나고 나오는 것이다. 돈과 시간을 들여 임신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고 빠르게 확인 받고 안심해라. 산부인과에서 느낀 민망한 기분과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한 쓰라림을 제대로 느껴라. 한동안은 빠짝 정신 차리게 될 거다.
피임은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필수품이다. 콘돔이 없다면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마음가짐을 가지지 않는다면 즐거움이 괴로움으로 바뀌는 건 한 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정씨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소녀적인 판타지가 넘치지만 생각 보다는 바람직한 섹스를 즐기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desirable-h.tistory.com]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