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종병기 활'과 KBS 2TV 수목극 '공주의 남자'를 연달아 히트시키더니, 결국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을 거머쥐었다. 연말 KBS 방송 대상 최우수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도 벌써부터 들린다. 연기력에 대한 평가와 인기 모두, 지난해 SBS '괜찮아 아빠 딸'로 약 1년여 만에 복귀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문채원은 "연예인의 인기는 롤러코스터라고 한다. 기쁠 때 너무 뜨지 않고, 힘들 때 너무 가라앉지 않아야 이 일을 오래할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사랑을 받았을 뿐, 배우 문채원은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이다"고 말했다.
-평생 한 번 뿐인 신인상을 받았다.
"참석에 의의를 뒀는데, 수상까지 하게 돼 놀랐다. 발표를 하는데 너무 긴장을 했는지 '최종병기 활의 문채원' 중에 '최종'까지 밖에 들리지 않더라. 옆에 앉았던 박해일 선배가 일으켜 세워줘 간신히 무대에 올랐을 정도다. 소감을 말할 때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영화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대선배님들을 뵌 것이다. 신성일·이대근·이순재 선생님을 뵈었는데 너무 정정하셔서 놀랐다. 특히 신성일 선생님은 향수까지 뿌리신 것 같았다. 근처에만 가면 좋은 향기가 나는데 완전 멋쟁이셨다. 선생님이 영화 잘 봤다고, 드라마에서 정말 예뻤다고 말씀해 주셨다."
-상을 받고 제일 먼저 축하해 준 사람은.
"같은 소속사의 예진 언니가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워낙 쿨하고 착한 언니라 내가 무척 따른다. 효주랑 근영이도 축하해줬다. 효주는 굉장히 시크한 면이 있다. 유쾌한데다 호탕하기까지 하다. 근영이는 워낙 조숙해서 언니같은 동생이다."
-'공주의 남자'가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우여곡절이 있는 작품이었다. 초반에는 세령이를 주목받게 하고 싶은 욕심에 톤을 너무 튀게 잡아서 고생했다. '공주의 남자'를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만화적으로 해석한 것이 실수였다. 이후에는 흐름을 타면서 재미도 붙었다. 사극은 눌러가는 맛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허용되는 만큼 감정을 모두 쓰면서 연기했다."
-초반 연기력 논란 때문에 힘들었나.
"4회부터는 인터넷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현장에 전문가들이 많이 있는데, 깨져도 현장에서 깨지고 싶었다. 종영 후에 기분 좋게 인터넷을 하려면 지금 한 번이라도 대본을 더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걱정이 되셨는지 '인터넷 할 시간있냐'며 휴대폰을 못 보게 하셨다."
-중반을 지나면서 연기 지적은 없었다.
"동료 배우들에게 많이 배웠다. 특히 김영철 선생님이 많이 가르쳐 주셨다. 사극을 하신 편수가 엄청나다 보니, 상황별 노하우가 있었다. 선생님이 '갑자기 사극 말투가 원활해진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학교 성적이 2%씩 오르는 것처럼 천천히 하자'고 하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엔딩신이다.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제작진과 출연진은 의견 일치를 봤다. 감독님이 해피엔딩 이야기를 꺼내셨고, 우리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드라마는 대리만족이다. 실제 사랑은 비극이 많으니까 우리는 완성된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
-박시후의 눈은 왜 멀게 했을까.
"눈을 멀게 한 것은 일종의 장치다. 우리 엄마도 '다리를 부러뜨리면 될 것을 왜 눈을 멀게 했냐'고 묻더라. '눈이 멀어서 마음을 얻었고, 복수를 잃었으나 당신을 얻었오'라는 대사가 있었다. 눈이 멀었기 때문에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복수를 멈출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박시후와는 실제 연인처럼 잘 어울렸다.
"오빠는 담백한 사람이다. 또 멜로 연기가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한다. 다른 여배우가 시후 오빠와 연기를 해도, 호흡 맞지 않을 걱정은 없을 것 같다."
-드라마처럼 처절한 사랑을 해본 적 있나.
"이렇게 극한 상황에서 사랑해본 적은 없다. 워낙 성격이 소심하고 상처도 잘 받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연애한지도 2년이나 됐다. SBS '바람의 화원'을 찍고 여유가 있을 때 일반인을 만났었다."
-한 방송사 드라마에서 '한예슬 사태'가 터졌다.
"그 사건은 전해 듣기만 했다. 사실 선배 이야기라 조심스럽다.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우리도 중반부터는 생방송처럼 촬영했다. 촬영환경과 관련해서는 모두가 문제라고 알지만 현재로서는 별 수 없는 일이다. 나만 고생하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밤을 샌다. 아역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작품이 좋고 캐릭터에 흥미를 느끼면 하고 싶다. 같이 연기하게 되는 선배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멜로를 해보고 싶은데 연기자간의 호흡이 작품에 영향이 크더라. 아직 젊어서 몇 일 푹 자면 체력은 금세 회복된다. 오래 놀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