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 3쿼터. 종료 1분40여초를 남겨둔 상태에서 갑자기 경기장이 들썩였다. 전자랜드 포워드 함누리(23)의 슛 때문이었다.
외곽에서 공을 받은 함누리는 수비수를 등진 채 드리블을 하다 넘어지고 말았다. 남은 공격시간은 1초 정도. 시간에 쫓긴 함누리는 바닥에 누운 채로 급하게 슛을 했다. 공은 샷클락 버저 소리와 함께 림을 쏙 통과했다.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져나왔다. 함누리는 머쓱한 듯 웃음도 보이지 않은 채 자신의 코트 쪽으로 돌아왔다.누리꾼들은 함누리의 슛을 보고 뒤로 점프하면서 쏘는 '페이드어웨이(fade away) 슛'를 변형해 '누워더웨이 슛'라는 이름을 붙였다. 함누리가 기록한 행운의 득점이 나온 뒤 전자랜드는 77-76 한 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올시즌 프로에 입문한 함누리는 중앙대의 52연승을 이끌었던 오세근(인삼공사)·김선형(SK)과 함께 '중앙대 삼총사'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동기생들이 팀에서 단번에 주축 선수로 자리잡은 것과 달리 아직까지 눈에 띄지는 못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20분 정도를 소화하며 경기당 평균 7.0득점 2.44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자랜드가 승리하긴 했지만 함누리는 경기 중 여러 차례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으로부터 호통을 들어야 했다. 아직까지는 팀전술을 수행하는 움직임이나 기민한 플레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슈터치고 뛰어난 체격조건(195㎝·91㎏)으로 상대를 압도했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적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유도훈 감독이 함누리를 호되게 꾸짖는 건 그만큼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신인답게 골 밑에서 과감한 플레이를 한다면 많이 기용할 것이다. 당장보다는 나중을 기대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함누리 자신도 지금 당장보다는 길게 시즌을 내다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신인왕 생각이 하나도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선시하지는 않는다. 시즌 54경기를 길게 보고 다치지 않고 싶다. 팀 성적이 난다면 기회도 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