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강은 6일 잠실~성남 순환코스에서 열린 중앙서울마라톤 엘리트부문 국내 남자부에서 2시간17분21초로 우승했다. 마라톤 풀코스 첫 도전에서 이뤄낸 쾌거다.
그는 이날 제임스 쾀바이·데이비드 키엥(이상 케냐)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30㎞ 정도 함께 뛰면서 국제 수준을 경험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달리다보니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빨랐다. 이헌강은 "훈련 때도 30㎞ 이상 뛰어보지 않았다. 완주도 놀라운데 우승까지 해 얼떨떨하다. 중앙서울마라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헌강은 속초중·설악고 재학 시절 중·장거리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설악고 3학년이던 2008년에는 3.1절 단축마라톤, 강원도민체전 50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해 '제2의 황영조'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후 그는 중·장거리보다 국제무대에서 좀 더 경쟁력이 있는 마라톤으로 전향했다.
이헌강이 달리는 이유는 또 있다. 2009년 고깃배에서 추락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위해서다. 이헌강은 "유해를 찾기에는 동해 바다가 너무 넓더라. 결국 불효를 하고 말았다"며 "지금은 좋은 곳에서 응원해 주고 계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한국 마라톤의 대들보 지영준(30·코오롱)도 오랜만에 웃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부상으로 주춤했던 지영준은 이날 2시간18분39초로 엘리트부분 국내 남자부 3위를 차지했다. 지영준은 컨디션 이상과 부상으로 지난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포기한 바 있다. 지영준은 "1년 만에 뛴 풀코스라 완주가 목표였다. 만족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