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라면 머리 희끗하고 뿔테 안경 눌러쓴 노신사·숙녀를 떠올리기 쉽지만 방송·연예 관련 학과라면 사정이 다르다. 전공 특성상 높은 학력보다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인맥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 또 연예인 교수라는 프리미엄이 주는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 연예인 교수를 임용하는 학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1년에도 연예인들의 대학교 러시는 계속됐다. 탤런트 박재정, 배우 문소리 등이 바쁜 연예계 활동 속에서도 교편을 잡고 있다. 연예인 교수들이 다니는 대학교의 분포도를 지하철 호선별로 조사해봤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 (2호선 이대역)
SBS '강심장'에서만 각 분야별 스타 16인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곳에는 부학장부터 입이 떡 벌어지는 스타들로 포진돼 있다. 방송예술대학에는 손숙이 부학장으로 역임 중이다. 가수 송대관과 개그맨 이봉원은 각각 트롯학부와 개그연예학부에서, 방송인 김한석은 아나운서·리포터·보도진행학부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연예계 대표 엄친딸로 사랑 받고 있는 탤런트 이인혜 역시 방송연예연기예술학부의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 임성민의 예비 신랑 마이클 엉거도 방송연출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리치고 있다. 특강 강사진도 화려하다. 가수 박상민·성우 안지환 등이 특강을 통해 학생들에게 생생한 연예계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서울종합예술학교 (2호선 삼성역)
서울종합예술학교에는 '핫'한 스타들이 많다. 영화·드라마·라디오·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중인 현영과 KBS 2TV '개그콘서트'의 박성호와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의 박준형이 연기예술학부 교수다. 영화 '최종병기 활'을 위해 변발로 헤어스타일 변신을 한 '명품 조연' 류승룡도 이 학부의 인기 교수다. 실용음악예술학부 교수진도 막강하다. 그룹 시나위 출신 가수 겸 작곡가 신대철과 MBC '나는 가수다'에서 인상깊은 무대로 '연우신'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연우가 있다. 특히 김연우는 '나는 가수다' 이후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학생들에게 유명 아이돌 그룹 뺨치는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예술전문학교 (3호선 홍제역)
서울예술전문학교는 세 학부에 스타 교수 군단이 몰려있다. 방송연예학부에는 이윤석·지석진·박승대·김국진·원기준·구지성, 공연예술학부에는 마술사 최현우·팝핀현준, 실용음악예술학부에는 유영석이 있다. 각 교수들이 맡고 있는 전공 과목을 보면 특징이 제대로 묻어난다. 이윤석 등 개그맨들은 개그연기 수업에서 제자 및 후배 양성이 힘쓰고 있고, 구지성은 트렌드 분석 수업에서 방송활동을 하면서 터특한 패션 트렌드를 제자들에게 전수 중이다. '사랑 그대로의 사랑' '네모의 꿈'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유영석은 전공 심화 과목인 연주세미나를 가르치고 있다. 유영석의 클래스는 학생들이 꼽는 대표적인 '재밌는 수업'. 유영석이 종종 노래를 작사·작곡할 때의 에피소드 등을 학생들에게 전해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앙대 (9호선 흑석역)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는 탤런트 유지인·배종옥 등이 겸임 교수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특히 배종옥은 매체 연기를 지도하며 2009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언론학으로 박사가 되기도 했다. 소녀시대 유리·수영·빅뱅 승리·탤런트 김범·박신혜·신세경 등 많은 스타들이 재학 중인 학교답게 스타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배종옥은 스타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교수로 유명하다. 지각 2번이면 가차없이 F학점을 주는 깐깐한 교수라는 설명. 이영하와 유지인은 같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스캔들까지 났다. 이영하는 한 방송에서 "유지인하고는 굉장히 친한 사이다. 중앙대에서 같이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여럿이 모여 다녀도 우리 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인촌도 동대학교를 나와 교수로 재직한 뒤 문화부장관까지 지낸 이력의 소유자다.
▶수원여자대학교 (1호선 수원역)
정보석은 연예인 교수가 드물던 1999년 부터 12년째 수원여자대학교에서 출강 중이다. 전공필수 과목인 '카메라 연기'와 '영상제작실습'을 강의한다. 정보석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젊은 오빠로 통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큰 아들이 군대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오빠가 아빠로 바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보석의 대표 제자는 탤런트 윤정희다. 윤정희는 지난 4월 스승 정보석의 부름을 받고 모교를 방문해 '연예인의 삶과 연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윤정희는 "과거 교수님이 '너무 얌전하고 내성적인 모습이 꼭 나를 보는 것 같다'며 내 걱정을 많이 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인덕대학 (1호선 월계역)
신현준은 지난해 2월부터 인덕대학 방송연예학과 전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론 서적을 통해 알 수 없는 생생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젊은 감각답게 SNS를 통해 제자들과 많은 소통으로 친근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교수 채용 당시 "연기자가 되는 것을 반대했던 부모님은 언제나 내가 교수가 되기를 바랐다"며 "그런 부모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린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 신현준의 교수 생활에는 웃지 못할 남다른 사연이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스캔들이 우려돼 학생들이 상담을 하러 오면 조교를 부르고 연구실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기타 : 호원대학교, 공주영상대학, 인덕대학
-호원대학교 (전라북도 군산)
TV에서 엄하게 꾸짖던 모습이 왜 그러나 싶었는데 실전에서 단련된 모습이었다. 뮤지컬 감독 박칼린은 호원대학교 방송연예학부 뮤지컬학과 교수다. KBS 2TV '남자의 자격'을 할 때의 준엄한 모습이 강단에서 시작됐다. 작곡가 김형석은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해 '슈퍼스타K 2'로 데뷔한 가수 장재인이 김형석의 제자다. 방송이 끝난 후 지난 1월 장재인을 자신의 회사로 데려와 사제지간의 돈독함을 입증했다.
-공주영상대학 (충청남도 공주)
배우 박재정은 최근 모습이 뜸하더니 강단에 나서기 시작했다. 9월부터 공주영상대학 연기과 오디션 전공분야 강의를 맡고 있다. 비록 짧은 연기 생활과 31세의 어린 나이지만 눈높이를 맞춰 열심히 강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