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된 국산 경주마 중 한 마리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말 운반차를 빠져 나오고 있다. (KRA한국마사회 제공) 국산마 최초로 수출길에 나선 경주마는 한국마사회 육성목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씨수말 '비카' '커맨더블' '엑스플로잇'의 자마들이다. 이번 경주마 해외수출은 말 산업 육성법 제정에 발맞춰 국내 말산업의 수요를 견인하고 ,한정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으로 국민 경제에 기여함은 물론 경마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의미가 크다.
한국마사회 최인용 말산업진흥처장은 “그동안 세계 경주마 시장은 호주와 미국 등 몇몇 나라에서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한국 경주마의 첫 수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확실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2020년까지 연간 50마리 규모의 수출을 목표로 중국·필리핀·마카오 등을 대상으로한 현지 시장 조사 및 바이어 초청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가가치 높은 말산업
경주마의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이다. 2008년 기준으로 한우 비육우의 평균 거래가격이 534만원이지만, 국산 경주마의 평균가격은 3330만원이었다. 이런 탓에 소나 돼지 생산농가는 점차 감소추세이나, 말 사육 농가수는 2000년 520개에서 2008년 1528개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완전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해외 선진국에는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 우수한 혈통의 경주마는 경주능력이 검증되지 않아도 100만 달러 넘게 팔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경주마 생산은 1991년부터 국산마 경주 비중을 늘리면서 본격화됐다. 제주육성목장이 개장된 후 경주마 생산이 연간 1300마리를 넘어섰다. 덕분에 20%에도 못미쳤던 초기 국산마 자급률이 지금은 78% 수준을 웃돌고 있다. 국산마를 대상으로 하는 총상금 18억 규모의 삼관경주와 7억원의 대통령배 대상경주 시행 등 국산마 우대 정책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국산 경주마를 배출해 내고 있다.
비카·엑스플로잇 ◇우수 씨수말 확보에 주력
한국마사회는 국산마 교배 지원을 위해 매년 수십억원대의 씨수말을 도입하고 있다. 2006년 메니피(37억원)와 비카(21억원)을 도입한 데 이어 2007년 포레스트캠프(37억원)와 피코센트럴(20억원), 지난해에는 오피서(35억)를 들여왔다. 이와함께 우수 씨수말을 통한 생산목장 교배 지원과 생산목장 생산마 조기 매입 육성, 경주마 생산목장 기술지도 지원을 통해 국산마 생산 활성화를 지원해 오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이번 해외수출을 위해 씨암말 특별교배(내수용 자마 생산을 위한 교배 외) 규모를 연차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 12마리를 시작으로 올해 17마리, 2012~2013년에는 30마리 내외로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 수출용 경주마는 사전에 씨암말을 보유한 농가의 신청을 받아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우수 씨수말과 교배를 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마를 한국마사회에서 수매해 1∼2년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게 된다. 우수 씨수말과 교배 후 임신한 씨암말도 수출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마사회는 국산 경주마의 원활한 해외 수출 지원을 위해 우수 씨수말 13마리를 지난 4월 '브리더스컵(Breeder's Cup)사'에 등록했다. 브리더스컵사는 북미의 주요 경주마 생산자 단체로, ‘경마 올림픽’이라 불리는 '브리더스컵 월드 챔피언십 경주'를 주관한다. 이 경주에 출전하려면 브리더스컵사에 매년 씨수말과 자마의 등록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여기에 씨수말이 등록되면 일단 그 씨수말의 자마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셈이다.
◇중국 경마 시장 목표
최인용 처장은 "국내 말산업의 현황에 비해 이번 수출규모가 매우 작지만 최대의 말 소비국으로 부상할 중국 시장의 선점을 위해서는 조기 해외시장 공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베팅을 금지하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현재 30여개 경마장에서 비공식적으로 경마를 시행중이만 조만간 중국 정부가 경마를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마가 허가되면 중국 전역 약 300여개의 경마장에서 수만 마리의 경주마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말산업 시장을 지척에 두는 셈이다.
중국에 경주마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검역협정을 체결하고 미리 수출실적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시작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많이 뒤처진 상태다. 일본뿐만 아니라, UAE 두바이의 투자회사는 중국 텐진시에 총 40억달러 규모의 경마사업을 진행 중이며,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도 오래 전부터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말산업 육성법 제정을 기회로 한국마사회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승용마를 개량하고, 이를 아시아권 국가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말의 수출은 단순히 가축 수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마장 플랜트, 운영 IT시스템, 전문 관리 인력 등의 연계 수출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 말산업도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이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