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 KBL 경기이사는 과거 서울 삼성 감독 시절 절묘한 사자성어로 소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안 이사는 서울 SK의 신인 김선형(23·187㎝)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다재다능(多材多能)"이라고 답했다. 또 "슈팅력만 보완하면 완벽하다"고 덧붙였다. 김선형은 13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김선형은 이날 경기에서 1쿼터 5분이 지난 뒤에야 코트에 등장했다. 전날 부산 KT전에서 가벼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김선형은 KT 전에서 원핸드 덩크를 성공시킨 뒤 내려오다 블록을 시도한 김현민에게 밀려 넘어졌다. 한동안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한 김선형은 골반이 꺾여 밤새 통증에 시달렸다. 이용선 트레이너가 밤새 얼음 마사지를 했지만 썩 좋은 몸 상태는 아니었다. 문경은 SK 감독대행은 수비 강화와 함께 김선형의 체력을 아끼기 위해 황성인과 이현준을 스타팅으로 기용했다.
김선형의 '쇼 타임'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건 1쿼터 종료 2분 여를 남겨두고서부터였다. 김선형은 15-13으로 앞선 상황에서 과감하게 골밑 돌파를 해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삼성 이시준의 슛을 블로킹해 공격권을 따낸 김선형은 앞서 돌파를 시도한 자리에서 또다시 공격을 이어나갔다. 삼성 수비가 거리를 좁혀오자 이번에는 페인트존까지 치고 들어간 뒤 점프슛으로 득점했다. 김선형은 1쿼터 종료 버저와 함께 3점슛까지 성공시켰다. 김선형은 1쿼터에서 5분만 뛰고도 13득점을 올렸다.
김선형의 활발한 돌파가 이뤄지자 김민수(21점·7리바운드)와 알렉산더 존슨(33점·10리바운드)의 공격력도 살아났다. SK는 삼성을 91-73으로 누르고 6승7패로 단독 6위를 지켰다. 지난해까지 중앙대에서 김선형을 지도한 김상준 삼성 감독은 "대학 제자에게 진 것 같다. 주전도 아닌 선수한테 그렇게 많은 점수를 주니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1라운드 삼성전에서 잘 못했다. 오늘도 후반에 무리를 하다 따라잡힐 뻔했다. 나 때문에 이긴 건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한편 삼성은 최장신 외국인 선수 피터 존 라모스(222㎝)의 교체를 결정했다. 김상준 감독은 "라모스는 15일 동부전까지 뛸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선수로는 아이라 클라크(195㎝)가 온다. 김 감독은 아울러 김승현 트레이드설에 대해 "김승현을 잡을 생각이 있다. 이정석이 엔트리에 빠진 게 큰 타격이다. 체력적인 부분을 확인하겠지만 패스 센스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 부담도 있고 오리온스가 어느 선수를 요구할 지 모르지만 김동욱, 이시준 등 불가 선수를 뺀 어떤 선수도 트레이드할 수 있다. 출혈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정석의 트레이드 여부는)대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주에서는 전주 KCC가 인천 전자랜드를 80-77로, 울산에서는 울산 모비스가 고양 오리온스를 99-79로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