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마음으로 뭉쳐서 싸웠던 '역전의 용사들'이 내일은 서로에게 칼을 겨눠야한다. 얄궂은 운명이지만 거역할 순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오직 소속팀의 승리만을 위해 뛰는 것이 진정한 프로정신이다.
축구 대표팀 멤버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을 위해 힘을 모은 K-리거들이 오는 주말 소속팀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출전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
A팀 중동 2연전에 참가한 22명의 멤버들 중 서울과 울산, 수원과 부산이 각각 맞붙는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설 선수는 총 6명. 울산이 골키퍼 김영광(28)을 포함해 수비수 곽태휘(30), 이재성(23) 등 3명으로 가장 많다. 수원은 골키퍼 정성룡(26), 측면수비수 이용래(25) 등 2명이고 부산은 우측면수비수 김창수(26)를 배출했다.
이중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6강 PO를 치르는 수원 삼성과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간 대결 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수원의 이용래와 정성룡이 부산의 김창수와 선의의 맞대결을 벌인다. 중동 원정 2연전을 통해 좌측면수비수로 변신한 이용래는 수원 복귀와 함께 본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갈 예정이다.
상대 공격수들의 돌파 시도를 중원에서 먼저 걸러내는 한편,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을 살려 수원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부산의 오른쪽 측면을 지킬 김창수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김창수는 본업인 수비 이외에도 과감한 오버래핑이 특기다. 주로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 머물지만 상황에 따라 상대 위험지역 깊숙한 지점까지 파고들기도 한다.
대표팀에서도 차두리(31·셀틱)의 백업 멤버로서 준수한 공격 가담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수원이 공격할 땐 김창수가 이용래를, 반대로 부산이 공격할 땐 이용래가 김창수를 각각 막아내야한다.
수원에는 A대표팀 넘버원 수문장 정성룡도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전후해 A팀 주전 자리를 꿰찬 정성룡은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한 뒤 쾌조의 컨디션으로 K-리그 포스트시즌에 임한다는 각오다.
소속팀 수원이 올 시즌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간발의 차로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 또한 6강 PO를 앞두고 집중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울산과 서울의 A팀 내 맞대결은 다소 밋밋하다. 3명이 선발된 울산과 달리 서울은 단 한 명의 선수도 배출하지 못했다. 김영광, 곽태휘, 이재성 등 울산 3인방은 대표팀 소집기간 중 수비라인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