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하면 떠오르던 ‘우생순(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줄임말)’도 옛말이다. 여자 핸드볼대표팀을 이끌었던 우생순 세대가 대거 은퇴하고 대표팀은 한층 젊어졌다. 진작부터 세대교체를 진행해온 남자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후생순'의 대표 주자는 여자 대표팀의 김온아(23·인천시체육회)와 남자 대표팀의 정의경(26·두산)이다. 김온아는 소년 같은 매력, 정의경은 예쁘장한 외모가 눈에 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에서 전승을 거둬 본선 직행권을 따냈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이다. 남자팀도 이에 질세라 곧이어 런던 행을 확정했다. 아시아 최초의 핸드볼경기장(잠실 SK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이룬 쾌거였다. 김온아와 정의경은 모두 센터백으로, 경기를 조율하는 핵심 포지션을 맡고 있다.
지난 8일 태릉선수촌에서 이들을 함께 만났다. 남녀 대표팀은 아시아 예선을 마치자마자 또 훈련 중이었다.
? 남녀팀, 서로 성적 신경 쓰여
- 아시아 예선이 끝난자마자 또 태릉선수촌이다.
김온아(이하 온아) : 다음달 초 브라질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다. 올림픽 예선 끝나고 거의 쉬지도 못했다.
정의경(이하 의경) : 내년 1월에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있다. 국가대표 된 이후에 3일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
- 둘 다 올림픽 예선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 특히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펄펄 날더라. (남녀 대표팀 모두 일본과 마지막까지 올림픽 출전권을 다퉜다)
온아 :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지는 바람에 동메달을 땄다. 이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비겼다. 제대로 벼르고 있었는데, 부담감에 경기를 망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동안 여자대표팀이 아시아에서도 우승을 못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 이번에 우승하며 홀가분해 졌다.
의경 : 한국에서 열린 대회였고, 일본과의 결승에는 관중도 많아서 더 의식이 됐다. 한국에서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 본적이 없어서 잘 하고 싶다는 욕심도 났지만, 그저 내 몫만 하자고 생각했다.
-남자·여자 대표팀끼리 서로 견제도 하고 그러나.
의경 : 남자팀엔 그런 게 좀 있다. 남자는 1988 서울올림픽 이후 올림픽 메달을 못땄는데, 여자대표팀은 꼭 동메달이라도 따 온다. 이번에도 여자팀이 전승으로 우승해 부담됐다. 우리도 주목받고 싶은데 또 밀릴까봐.
온아 : 몰랐는데 작년에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좀 느꼈다. 그 때 남자대표팀은 금메달 땄는데 여자 대표팀은 동메달에 그쳤다.
○핸드볼뿐 아니라 축구도 '달인'
- 핸드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의경 : 초등학교 핸드볼부 선생님이 간식 사준다고 해서 따라갔다. 그런데 그 때는 맞으면서 운동할 때라…. 맞는 게 싫어서 운동을 그만두고 전학을 갔다. 그 학교에서도 운동을 하고 싶어 하키부에 들었는데 거긴 더 맞더라. 하키채로(웃음). 그래서 다시 핸드볼 하게 됐다.
온아 : 초등학교 4학년 때 오빠들이랑 운동장에서 농구, 축구하는 거 보고 선생님이 불렀다. 학교에 운동부가 핸드볼밖에 없었는데 들어간 지 한 달만에 대회에 나갔다.
- 다른 종목 했다면?
의경 : 농구했을 거다. 키가 크니까”
온아 : 축구? 훈련할 때 축구한다. 축구랑 핸드볼은 두 종목 다 스텝이나 체력, 볼 센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관이 있다.
의경 : 온아가 그렇게 축구를 잘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핸드볼 하는 사람들 거의 축구 잘 한다. 난 지단이 아니고 ‘정단’이다(웃음).
-둘 다 스무살 무렵부터 대표팀으로 뛰었다. 태릉에서의 추억이 많겠다.
의경 : 힘들게 훈련한 기억밖에 없다. 젊은 날을 훈련으로만 보낸다.
온아 : 우린 20대를 모두 훈련만 하며 보내는 거다.
○이상형은? "예쁜 여자" "매력있는 남자"
-오영란·강일구 핸드볼 커플도 대표팀 훈련하다 만났다고 들었다. 두 사람은 연애 해 본적 없나.
의경 : 당연히 있다. 모두 선수는 아니었고, 2번 정도 진지하게 만나봤다. 난 순정남이다. 정말 좋아하면 ‘올인’한다.
온아 : 나도 연애는 해 봤다. 100일을 넘긴 적은 없다. 자주 못 만나니 그냥 친구같이 되더라.
-각자 이상형은?
의경 : 난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가 좋다. 여기 하나에 모든 게 들어 있다.
온아 : 그게 어려운 거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어서 예쁘려면 날씬한 건 물론이고 얼굴도 예뻐야 한다.(정의경이 옆에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잘 생긴 사람보다 보면 볼 수록 매력 있는 사람이 좋다.
의경 : 난 또 센스 있는 사람이 좋다. 원래 센터백은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이라 센스가 있어야 된다. 내가 센터백이라 그런지 센스를 좀 따지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