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선보이는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여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뮤지컬이 '지킬 앤 하이드' '조로' '잭 더 리퍼' '삼총사' '닥터 지바고' '원효' 등처럼 남주인공의 이름을 내세워 승부를 건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남주인공이 판을 치는 뮤지컬 무대에서 제법 이례적이다. '미녀는 괴로워'나 '맘마미아' 등도 여주인공이 주도하는 작품이지만 여주인공 이름을 따진 않았다. '에비타'(12월 9일~2012년 1월 29일, LG아트센터), '엘리자벳'(2012년 2월 9일부터 한남동 블루스퀘어), '막돼먹은 영애씨'(11월 18일~2012년 1월 15일,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 등 무대 위의 여풍(女風)을 살펴봤다.
▶철녀(鐵女)들이 왔다
이 때까지 뮤지컬 무대의 여주인공은 남주인공과의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보조적 성격이 강했다. 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20·30대 여자들은 주로 남주인공의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그래서 여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은 잘 제작되지 않는 편이다.
'에비타' 엘리자벳' '막돼먹은 영애씨'의 여주인공들은 '철녀((鐵女)'라고 해도 될 만큼 강하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에비타'는 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에비타'는 에바 페론의 애칭. 단순한 퍼스트레이디가 아닌, 권력의 2인자를 꿈꾸는 야심찬 여자의 이야기다. 음악·드라마·춤(탱고) 삼박자를 갖춰 연말에 작품성 있는 공연을 보고자 하는 중·장년층에게 권할만 하다. 배우 정선아와 리사가 더블 캐스팅 됐다. 국내 초연인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베스를 그린다. 엘리자베스는 자유분방한 삶과 사랑을 꿈꾸는 여자다. 옥주현·김선영 더블 캐스팅. 케이블 TV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여주인공 김현숙은 뮤지컬 무대에서 영애씨를 연기한다. 캐릭터가 벌써 만만찮아 보인다.
▶주연급 남자배우 못잡는다면…
강한 여자들이 주인공인 작품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첫째 관객층이 형성되고 관람 작품 편수가 늘면서 여자 관객들이 단순히 '오빠'를 보는 차원이 아니라 작품의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기 시작하고 있다. 둘째 문화·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경제가 팍팍하고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연약하기보다는 강한 여자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주연급 남자 배우들은 이미 내년까지 스케줄이 꽉 차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제작사인 CJ E&M 측은 "신작을 내놓고 싶은 제작사의 경우 스타급 여자 배우가 출연할 새로운 레퍼토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