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역대 최다승(41승)을 기록했던 부산 KT는 23일 현재 12승 6패로 2011-2012 프로농구 2라운드를 마쳤다. 동부(14승3패), KGC인삼공사(11승5패)에 이은 3위다.
무난한 출발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불안요소를 안고 있어 전창진(48) KT 감독이 애를 먹고 있다. 팀 플레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는 찰스 로드는 일찌감치 퇴출이 확정됐지만, 대체 용병을 구하지 못해 계속 뛰고 있다. 지난 시즌 에이스로 활약했던 박상오(30)는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 조성민(28)은 팀 훈련량이 부족해 다소 기복이 있다.
꾸준한 활약으로 팀을 받치고 있는 '살림꾼' 송영진(33·198㎝)이 있어 전 감독의 근심이 다소 누그러진다. 전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포지션이 송영진이 뛰는 4번(파워포워드)이다.
다른 팀들의 하승진(KCC·221㎝, 151㎏) 김주성(동부·207㎝, 92㎏) 오세근(KGC·200㎝, 105㎏) 이승준(삼성·204㎝, 100㎏) 등을 송영진이 막아야 한다. 송영진은 키(198㎝)에서도 밀리고 몸무게도 88㎏에 불과하다. 후배 조성민은 "영진이 형이 많이 먹고 살을 좀 쪘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전 감독은 "송영진이 상대팀의 큰 선수들을 막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틈틈이 쉬게 해줘 출장 시간을 조절해 줘야 한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다"고 걱정했다. 말 그대로 송영진이 부상으로 빠질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KT는 올 시즌 송영진이 20분 이하로 뛴 5경기에서 3승2패로 부진했다. 송영진의 팀내 비중을 잘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송영진은 지난 2일 동부전에서 목과 어깨 사이에 타박상을 당했다. 4일 KCC전부터 12일 SK전까지 부상 여파로 10분 남짓 뛰었고 이 기간 KT는 2패를 당했다.
송영진은 올 시즌 잔부상에도 불구하고 18경기에 모두 뛰면서 평균 6.8점과 3.1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수비, 헬프 디펜스 등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은 공헌도가 뛰어나다. 지난 2일 동부의 9연승을 저지할 때, 송영진은 김주성을 4쿼터 중반까지 4득점으로 꽁꽁 묶어 승리의 숨은 공신이었다.
골밑에서 궂은 일을 하는 송영진은 몸싸움과 리바운드 외에도 3점슛 능력도 좋다. 2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3쿼터 후반 두 개의 귀중한 3점슛을 성공시켰다. 3쿼터 막판 이시준의 버저비터로 동점이 된 탓에 송영진의 슛이 없었다면 뒤진 채 4쿼터를 시작할 뻔 했다.
송영진은 이날 스틸도 4개를 잡아내 삼성의 추격을 끊었다. 송영진은 12점 3리바운드로 59-54 승리에 기여했다. KT 프런트는 "50점대 득점에서 보듯이 경기 내용이 안 좋았다. 하지만 송영진이 공수에서 많이 해줘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