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앤 더 시티] 12. 드라마에 빠진 여친 VS 야동에 빠진 남친

드라마에 푹 빠진 여자친구가 남자주인공과 남자친구를 비교할 때 혹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인 나를 두고 야동을 감상할 때 당신은 어떠한 마음을 가질 것인가? 기혼자도 마찬가지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내 아내가 혹은 내 남편이 이러한 행동을 한다면? 실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부분 욱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연인과 다투기 시작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여자는 드라마를, 남자는 야동을 끊을 수 없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남성과 여성이 대상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대리만족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대리만족이란 내가 아닌 타 대상의 행동을 간접적으로 경험 한 후, 마치 자신이 겪은 일처럼 욕구가 충족된 만족감을 뜻한다.

드라마의 주된 시청자는 여성, 이들은 조건과 배경 상관없이 오로지 마음만으로 움직이는 멋진 훈남 캐릭터를 보면서 현실에서 발견하기 힘든 이상적 인물에 대한 희망을 꿈꾼다. 또한 여자 주인공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여 간접적으로나마 다양한 사랑의 경험을 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드라마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감성과 정신적 측면의 욕구 충족인 것이다.

반면, 남성은 야동을 통해 육체적 대리 만족을 얻는다. 여성이 드라마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남성은 야동을 봄으로써 간접적으로 다양한 육체적 경험을 얻고 성적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갑론을박 의견이 분분하지만 인형은 여자아이의 놀이, 로봇은 남자아이의 장난감이라는 인식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녀에 대한 다름을 인지하는 성향은 존재해왔다.

여성은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미적 욕구, 남성은 강해지고자 하는 힘의 욕구가 인형과 로봇이라는 타 대상에 의해 충족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처럼 드라마와 야동 역시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따른 욕구가 작용하는 것. 여성은 감성적, 정신적 성향을 갖고 있는 존재로서, 남성은 육제적, 시각적 성향이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못하고 결핍된 상태라 느끼게 되면 그 부족함을 채울 타 대상을 찾게 된다. 이러한 대리만족 욕구에서 비롯되어 여성이 즐겨보는 드라마, 남성이 즐겨보는 야동이라는 지금의 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실제로 흔히 드라마는 여성들이 많이 보는 영상물, 야동은 남성을 대표(?)하는 영상물로 간주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욕구충족이라는 것은 쾌락추구와도 연결된다. 쾌락은 남녀의 연애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 요소. 이는 사랑하는 연인간의 활력소이자, 엔도르핀이며, 열정이고 건강함 그 자체이다. 여자친구가 드라마를 자주 본다고 해서 또는 남자친구가 야동을 보는 행위가 지탄받아 타당한 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건강한 연애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서 상대방의 ‘대리만족 취미’를 허용해 주는 것은 어떨까? 배고픈 사람 밥 먹는 것을 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채우려는 기본적 욕구인 것이다. 드라마와 야동을 보는 이들의 행동 또한 욕구 충족의 일종인 것. 따라서 타 대상을 통한 욕구 충족, 대리만족을 행하는 이들의 행동 자체도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단, 과식이 건강에 적신호이며 문제가 되듯 어디까지나 적정한 선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 상대방이 수용 가능한 범위, 건전하고 건강한 범위 내에서 대리만족의 취미가 행해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미연 듀오 연애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