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하는 송년회는 이제 끝났다. 막내 사원들이 과장·부장님의 눈치를 보며 정성껏 삼겹살을 굽느라 정신 없던 송년회도 이제 '안녕'이다. 올해 송년회는 막내 사원부터 사장님까지 함께 고충을 털어내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상생 송년회'가 대세다.
닭싸움 해볼까?
매해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3년째 막내'라는 H홍보대행사의 직원 신모은(26)씨는 최근 열린 송년회의 기획자로 나섰다. "소가 끌려가듯 하지 않고,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송년회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신씨의 기획 의도다. 송년회 장소는 난지도 캠핑공원. 매번 막내 직원들의 장기자랑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상사들을 설득하는데 다소 애를 먹었다. 닭싸움은 물론이고 이어달리기·스푼 위에 계란 올리고 달리기 등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소록소록 되살릴 수 있는 고전게임을 주로 했다. 그는 "호칭을 '부장' '대리'가 아닌 '엄마' '껌 좀 씹은 딸' 등으로 바꿔 불러 다같이 즐거운 송년회가 됐다"고 전했다.
막내야, 불만 있음 얘기해!
P광고대행사는 오는 23일 야외수영장과 스파를 곁들인 서울의 한 고급 클럽에서 송년회를 연다. 이유는 한 가지다. 스파에서 긴장을 풀며 신입 사원들의 속내를 엿듣기 위해서다. 시끌벅적한 고깃집에선 신입 사원들의 고충을 진지하게 듣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P사의 김모씨는 "클럽 내에서 분위기가 좋은 장소를 골라 칵테일 파티를 열기로 했다.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 사이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밝혔다.
야간 당직도 '맥주' 마셔
강남삼성병원의 차모(52) 과장은 최근 후배 의사들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자리한 한 '술집'에서 만났다. 이 곳에서 파는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함유량이 0.5%. 알코올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수준이지만 맥주맛이 난다. 무알코올 맥주가 국내 술집에 유통된 시점은 올해 4월로 임산부·술을 기피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차 과장은 "야간에 일이 많고 수술이 잡히면 즉시 자리를 떠야 하는 후배 의사들을 배려하기 위해 특별히 이 곳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맥주를 마신 것과 비슷한 기분을 낼 수 있었다.
한편 이 맥주를 수입하는 에이치비 무역의 장형래 대표는 "송년회 시즌을 맞은 이달 판매량이 2~3배 급증했다. 이 달 중순 이후 물량이 달릴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