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연애'(12월 1일 개봉)가 거침없는 관중몰이로 12월 극장가를 장악했다. 개봉 첫날에 5만 관중으로 가볍게 시작하더니 개봉 2주차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3D 어드벤처 '틴틴:유니콘호의 비밀' 등 할리우드 대작의 공세 속에서도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올해 흥행과 거리가 멀었던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지만 타이틀 롤을 맡은 손예진·이민기의 찰떡호흡이 영화팬들을 극장가로 끌어 모으고 있다. 상반기 '퀵'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대박조짐을 보이며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이민기와의 일문일답.
- 영화가 멜로에 호러가 섞인 독특한 내용인데.
"처음에 시놉시스를 봤을 때 낯설다는 느낌이 강했다. 때문에 촬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감독님 이거 진짜 잘 찍으셔야하는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자주했다.(웃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르여서 더욱 신선했고 재밌을 것 같았다."
- 전작인 영화 '퀵'이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주변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씀하시는데 더 잘 돼야 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 '만인의 여인' 손예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는 서먹했으나 나아졌다.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였다. 편하게 지내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았다.(웃음) 둘 다 적극적이지 않아서 그냥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다."
- 긴장하지는 않았나.
"예진이 누나가 없어도 혼자서 호흡을 많이 맞춰봤다.(웃음) 평소 이상형이 '아내가 결혼했다'(08)에 나온 예진이 누나였다. 연기도 너무 잘했고 자기 자신한테 굉장히 철저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연하남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나.
"내 또래에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다보니까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분명있었다. 부담은 전혀 없는데 이번엔 연하남이 아니다.(웃음)"
- 그동안 여배우 복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남자냄새가 물씬 나는 영화도 욕심이 난다. 촬영 끝나고 점심 먹으면서 반주로 한잔하는 소주가 가끔 생각난다."
- '얼렁뚱땅 흥신소'(07) 이후 드라마 출연은 뜸하다.
"영화촬영에 들어가면 일정이 딱 맞춰서 끝나지 않고 항상 스케줄이 미뤄지곤 했다. 하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다."
- 현장 분위기 메이커라고.
"영화 '해운대'(09)를 찍을 때 경구형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어느 날 형이 '스태프들의 이름을 막내부터 전부 외워, 내가 너한테 가르칠 것은 그것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후에 스태프들의 특징을 그려가면서 진짜 이름을 다 외웠다."
- 이번에도 스태프들의 이름을 다 외웠나.
"어차피 다 못할 것 같아서 시도하지 않았다.(웃음) 데뷔 초에는 현장 스태프들이 모두 형·누나여서 얘기하기가 편했는데 지금은 조금 애매하다. 스태프들은 외관만 보면 정말 누가누군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 설경구가 마침 이번 영화 시사회에 왔었는데.
"시사회 때 부르고 초대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갑자기 하는 것 같아서 선뜻 하지 못했다. 영화 '타워'에서 호흡을 맞춘 예진 누나와의 친분 때문에 오신 거였다."
- 이제 곧 군대도 가야한다고.
"군대 얘기하면 광고가 안 들어온다.(웃음) 성격상 군대 문제 때문에 조바심을 가지거나 그러진 않는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
- 쉬는 기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여행가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등산을 자주한다. 하지만 '퀵'을 촬영하다 다리를 다쳐서 최근에는 거의 하지 못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도 계속 아팠는데 촬영이 끝나자마자 수술을 했다. 지금은 거의 다 나아서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