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골든글러브의 향방에는 팀 성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화 이대수(30·유격수)를 제외한 9명의 수상자는 모두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팀에서 나왔다.
특히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의 '골든글러브 잔혹사'가 눈길을 끈다. 통산 7번째 수상을 노렸던 이병규(37·외야수)는 타율·최다안타·장타율에서 손아섭(롯데)과 이용규(KIA)에게 앞섰지만 5위에 머물렀다. 2009년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박용택은 지명타자 부문에서 홍성흔(롯데)·김동주(전 두산)와 접전이 예상됐지만 수상자 홍성흔(223표)의 10분의1(22표)을 얻었을 뿐이다. 공동 6위에 그친 팀 성적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LG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총 5번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병규가 2회 수상(2004·2005년)했기 때문에 수상 선수는 4명으로 준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지난 9년 동안 4번(2003·2006·2008·2011년)이나 '무관(無冠)의 설움'을 겪었다.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나왔던 다섯 시즌에도 딱 한 명씩만 황금장갑을 꼈다. LG가 '멀티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건 2001년(투수 신윤호·외야수 이병규·지명타자 양준혁)이 마지막이다.
1990년 창단한 LG는 90년대에는 총 7차례(90·93~95·97~99년)나 2명 이상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94년에는 5개 부문(포수 김동수·1루수 서용빈·2루수 박종호·3루수 한대화·외야수 김재현)에서 황금장갑을 싹쓸이했다. LG가 지난 10년 동안 받았던 골든글러브가 94년 한 해에 나온 셈이다. 90년부터 2001년까지 12년간 22명이던 수상자는 2002년 이후 10년간은 5명으로 급감했다. 2년에 한 명 꼴로 근근이 '명맥'만 이어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LG의 신임 사령탑은 92년 골든글러브 최다 득표에 빛나는 김기태(당시 쌍방울 지명타자·171표, 득표율 98%) 감독이다.
골든글러브가 팀 성적의 영향을 받는 건 LG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10년간 팀 성적과 골든글러브 수를 헤아려보면 대체로 정비례함을 알 수 있다. 10년 동안 한 해(2009년)를 제외하고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삼성이 가장 많은 23개의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6번 포스트시즌에 나선 두산과 KIA가 각각 17명과 1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정비례 관계에서 예외로 분류되는 건 롯데와 SK다.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4번 진출했지만 16번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SK는 7번이나 가을잔치에 나갔지만 수상자는 9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