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방송국 끼리 다툼을? 美 NFL 티보-브레이디
스프링 캠프 때만해도 팀 티보(24)는 덴버 브롱코스의 제 4쿼터백으로 출발했다. 이 정도면 시즌 중 주전 승격은 꿈같은 얘기다. 티보는 패스가 너무 부정확해 NFL 쿼터백으로서 자격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풋볼 인생을 뒤돌아보면 뭔가가 달라도 다르다.
플로리다대 시절, 한 시즌에 러싱과 패스 터치다운 20개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대학 쿼터백이 됐고, 2학년생으로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는 애초부터 전형적인 쿼터백이 아니었다.
풋볼 관계자들이 현재 전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티보매니아’를 두고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have never seen anything like it)”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도 여태까지 그처럼 플레이해 연전연승을 거둔 쿼터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보가 올 시즌 주전으로 나온 경기들을 보면 첫 51분 동안 쿼터백 레이팅이 15.7에 그친다. 하지만 마지막 9분에 94.5로 치솟는다. 덴버가 4쿼터 종료 2분을 남겨놓고 끌려간 상황이 네 번이었는데, 모두 역전승을 끄집어냈다. 이 가운데 두 번은 연장승. 티보는 “믿음이 있으면, 믿기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4쿼터 만큼은 애런 라저스(그린베이) 이상의 쿼터백이다.
티보는 특히 엄청난 파워와 체격을 자랑한다. 이 점에서 역시 ‘달리는 쿼터백’으로 통하는 마이클 빅과 다르다. 6피트 3인치 236파운드인 그는 벤치 프레스로 350파운드를 거뜬히 드는 파워를 바탕으로 웬만한 러닝백보다 뛰어난 돌파력을 선보이고 있다.
턴오버가 드문 것도 그의 장점. 올 시즌 총 198개의 패스 가운데 터치다운 11개가 나온 반면 인터셉션은 2개만 범했다. 러싱으론 517야드 3TD를 터트렸다. 그와 윌리스 맥개히가 이끄는 러싱 공격(경기당 156.2야드)은 현재 랭킹 1위에 올라있다.
1승4패로 바닥을 기던 덴버는 티보가 주전으로 승격된 뒤 7승1패의 상승세를 타고 8승5패를 기록, AFC 서부조 1위로 올라섰다. 디펜스도 부쩍 좋아졌다. 티보가 이끄는 러싱 덕분에 디펜스가 필드 위에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어 체력을 비축할 수 있게됐다. 상대팀 서드 다운 성공률도 27.2%(110번 중 30번 성공)로 막고 있다. 아울러 색 25개에 턴오버 12개를 유도했다. 특히 루키 라인배커 본 밀러(11.5색)의 활약이 돋보인다.
만약 티보가 18일 홈에서 탐 브레이디와 빌 벨리칙 감독이 이끄는 뉴잉글랜드(10승3패)마저 물리친다면 티보 열풍이 겉잡을 수 없이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CBS와 NBC가 서로 티보 경기를 중계하겠다며 한바탕 싸움을 벌일 정도로 이날 경기에 대한 열기도 엄청나다.
NBC는 덴버-뉴잉글랜드 게임이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간판프로인 선데이나잇풋볼에서 중계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CBS는 ‘진작 우리가 중계하기로 약속된 경기인데, 이제와서 NBC가 중계 스케줄을 바꾸자고 난리치는 건 웃기는 행위’라고 받아쳤다.
로버트 크래프트 뉴잉글랜드 구단주는 “티보가 훌륭한 젊은이라 생각한다. 그의 삶도 모범적인 것 같다”며 “단지 우리는 마치 하늘에 붕 떠 있는 듯한 그를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하고 싶을 뿐이다”라며 필승을 부르짖었다. 뉴잉글랜드는 탐 브레이디와 함께 리시버 웨스 웰커, 롭 그론카우스키와 애런 에르난데스로 이어지는 패스 공격이 매섭다. 뉴잉글랜드 디펜스가 리그 꼴찌임에도 성적이 이렇게 좋은 것은 순전히 이들 덕분이다.
수퍼보울 우승 3회에 빛나는 브레이디도 그러나 덴버와 통산 전적이 1승6패로 유독 약했다. 마일 하이 시티에서 과연 누가 승리의 미소를 지을 지, 현재로선 오로지 하나님만 알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중앙일보USA 기자 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