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 영입은 축구협회의 행정, 국제 관계, 협상 능력을 총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험대다.
정몽준 명예 회장이 축구협회장을 하던 때에는 현대중공업에서 파견을 나온 인사들이 국제 업무를 담당하고 외국인 감독 선임을 실질적으로 이뤄냈다. 히딩크 감독과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했던 가삼현 당시 축구협회 국제국장은 나중에 축구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뒤 지금은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했다.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부임과 함께 한국 대표팀에서 외국인 감독 시대가 끝났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허정무 감독 체제로 마쳤다. 후임으로도 조광래 감독에게 기회를 줬다.
축구협회는 무리하게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면서 코너에 몰린 상태다. 대표팀 감독 선정에서도 팬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유망한 해외파 감독을 우선 영입 대상으로 고려하겠다는 게 축구협회의 생각이다. 현재 감독 영입은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중심이 돼서 움직이고 있다. 조광래 감독 경질 과정에서 협회 지도부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황보관 위원장으로서는 명예회복을 할 절호의 기회다.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는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결국 이렇게 하다가 오래전부터 축구협회의 국제 업무를 도왔던 외국 에이전트사 KAM이 추천하는 사람을 뽑거나, 국내 지도자 중에서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팬도 많다.
실제로 에릭손 감독이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에 관심있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축구협회는 “아직 공식 제의가 온 것은 아니다”라며 잔뜩 경계하고 있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기싸움으로 보인다. 고자세로 협상에 임하는 건 좋지만 제대로 협상조차 하지 못하고 끝나면 아쉬움이 클 것이다. 에릭손 감독 이외에도 세뇰 귀네슈 감독, 브라질 대표팀을 역임한 카를루스 둥가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