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는 23일 머리 끝까지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25일 깨어난다'는 솔로들의 연말과 크리스마스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혼자서 궁상떨며 쓸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미 옛말이다. 비용에 개의치않고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해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친구와 근사한 저녁을 먹는다. 새해맞이 '나홀로 여행'도 서슴지 않는다.
주머니사정을 감안해 알뜰한 연말연시를 맞는 커플들과는 오히려 대조적인 모습이다. 솔로 3년차 박씨(29·여·유명 IT업체 해외영업담당)의 연말 계획을 들여다 봤다.
◇파티·쇼핑·스테이크·여행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박씨가 분주하다. 24일 있는 호텔 파티에 들고 갈 핸드백을 사기 위해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화려하게 보내고자 10월에 받은 상여금을 아껴놨다. 17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 L브랜드 매장 앞, 오전 10시30분에 문을 연다는 얘기에 10시에 매장에 도착한 박씨. 이미 40명이 넘는 여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 매장 스태프는 "새벽 7시30분부터 10명 정도의 손님이 기다렸다"며 "연말파티를 위한 여자 손님이 많이 들렀다"고 귀띔했다.
박씨는 24일 강남 논현동 I호텔에서 열리는 커플 매칭파티를 미리 예약해놨다. 참가비는 3만원이지만, 10만원 가량의 돈이 더 들었다. 청담동 헤어숍에 메이크업과 헤어세팅을 예약해 놓은 것. 내심 남자친구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물론 짝을 찾았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가 다른 여자에게 외모에서 밀리기 싫어서"라고 했다.
25일에는 강남구 신사동의 레스토랑에서 친구 3명과 '솔로파티'를 연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와인을 마실 계획이다. 연말 세일중인 백화점에 들러 블라우스도 한 벌 구입할 예정이다. 쌀 때 사놔야 한다는 것.
30일과 31일에는 강원도 정동진행 여행상품도 예약해놨다. 박씨가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외롭지않게 보내기 위해 지출해야 비용은 70만원 선. 혼자 쓰는 돈치고는 결코 적지않은 수준이다.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
최근 젊은 솔로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남자친구와 함께 보내는 4년차 커플 김씨(26·무역업)와 박씨의 지출계획서를 비교해보니 박씨의 지출규모가 훨씬 더 컸다.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말에 박씨는 "초라하게 시간을 보내기 싫다.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며 "자신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외로움'을 소비로 푸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티참가와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기보다 뜻깊은 활동으로 솔로의 외로움을 승화(?)시킨다는 계획도 있다.
또다른 솔로 이모(28)씨는 연말에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씨는 "나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연말을 보내고 나면 새해가 더욱 훈훈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