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41번.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100승-200세이브 투수. 김용수(51) 중앙대 감독은 아마 야구팀 감독으로 대학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이 호령했던 프로야구 마운드를 주시하고 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역시 마무리 투수들이다. 지난 시즌 독보적인 구위를 자랑했던 오승환(삼성·29)도 그의 눈엔 아직 보완할 게 많은 투수다.
오승환의 약점 "직구 하나로 언제까지 통할까."
김 감독은 "오승환의 장점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위력적인 직구 그리고 과감하게 몸 쪽 공을 던지는 자신감. 김 감독은 "오승환의 제구력은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직구가 워낙 빠르고 묵직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몸 쪽 승부를 할 수 있다. 게다가 한 이닝만 던진다. 타자들의 눈에 공이 익기 전에 힘으로 윽박질러 끝내버린다. 직구 하나로도 지금까지 위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오승환이 신무기를 장착하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에는 이렇게 압도적일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직구 하나로 한 이닝 몰아붙이는 정직한 패턴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감독이 보기에 오승환의 부족한 제구력과 밋밋한 슬라이더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는 "오승환처럼 위력적인 직구를 가진 투수가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하나는 꼭 필요하다"며 옛 경험을 털어놨다.
SF 장착이 롱런 비결 "지금에 만족하면 안 돼."
그는 MBC청룡 소속이던 신인 시절에 일본인 코치 미즈다니에게 포크볼을 배웠다. 하지만 실전에 활용하진 않았다. 그 역시 지금의 오승환처럼 위력적인 직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에겐 날카로운 슬라이더도 있었다.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김 감독은 1986·1987 2년 동안 18승 50세이브를 올렸고 2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1990년 그는 '반 포크볼'이라 불리는 SF(스플릿 핑거 패스트볼)를 던지기 시작했다. 단조로운 구종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검지와 중지를 포크볼의 3분의2정도만 벌려 잡고 던지는 SF는 직구보다 시속 10㎞ 정도 느리지만 회전이 적고 종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그는 1990년 한국시리즈에서 고비 때마다 이 공을 던져 MVP를 차지했다. 김 감독은 "늦지 않게 SF를 배워 롱런할 수 있었다. 오승환도 지금에 만족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최고의 마무리'끼리는 역시 통했던 걸까. 오승환은 김 감독의 충고가 있기 전부터 새 구종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하고 있다. 오승환이 올 겨울부터 연마 중인 투심패스트볼은 직구처럼 들어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오른손 타자 몸 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구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