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영 두산 사장과 김태룡 단장은 지난 달 7일 외국인 투수 니퍼트를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10월 31일)이 끝난 지 일주일 만이었다. 두산의 적극적인 구애에 니퍼트는 일찌감치 두산과 재계약을 확정했다.
니퍼트를 시작으로 8개 구단은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 투수들과 속속 재계약을 했다. 넥센은 외국인 타자 알드리지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투수 헤켄을 영입했다. 알드리지의 퇴출로 2012년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 타자를 볼 수 없게 됐다.
2011년 10승 투수만 다섯 명?
15승을 거뒀던 니퍼트를 비롯해 LG에서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10승을 달성한 리즈와 주키치가 원 소속 구단과 재계약을 마쳤다. 지난 시즌이 한국에서 첫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투수는 '10승-160이닝-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달성했다.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훈련 태도도 좋아 다음 시즌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이들 외에도 올해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투수는 두 명 더 있다. 로페즈(KIA)와 사도스키(롯데)다.
2009년부터 3년간 한국에서 뛴 로페즈는 올 시즌 옆구리 부상으로 후반기 부진했다. 11승을 거뒀지만 구위 저하가 현저해 KIA는 재계약 가능성을 접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마땅한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지 못하면서 다시 재계약 가능성이 열렸다.
사도스키는 메이저리그와 롯데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롯데는 사도스키가 국내 복귀를 결정하면 재계약 할 계획이다. 로페즈와 사도스키가 재계약하면 2011년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투수 다섯 명이 2012년에도 국내에서 뛰게 된다.
저마노·고든도 '10승 투수급' 활약, 새 얼굴도…
시즌 중반 합류한 저마노(삼성)와 고든(SK)도 '10승 투수급' 활약을 펼쳤다. 저마노는 시즌 3분의2가 지난 8월에 합류했지만 5승을 거뒀다. 고든 역시 7월에 합류해 어려운 SK 선발진에서 고군분투하며 6승을 기록했다. 시즌 초부터 뛰었다면 충분히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 페이스였다. 삼성과 SK는 이들과의 재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매티스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투수 탈보트를 영입했다. 탈보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에서 10승13패 평균자책점 4.41을 기록했던 투수다. 올 시즌엔 2승 6패 평균자책점 6.64로 부진했지만 삼성은 매티스보다 낫다고 판단해 탈보트를 영입했다.
넥센이 새로 영입한 헤켓은 마이너리그에서 100승을 넘긴 베테랑 투수다. 지난 시즌 선발진이 무너져 최하위를 기록했던 넥센은 '검증된 투수'를 찾는 데 주력했다. 이들 네 투수도 충분히 2012년 10승을 달성할 기량을 갖춘 투수들이다.
양적·질적 성장, 2007년 재현될까.
로페즈·사도스키·저마노·고든의 재계약이 확정되면 2012년엔 검증된 '10승급 외국인 투수'가 일곱 명이 된다. 매티스·글로버·부첵 등 수준급 활약을 펼쳤던 투수들을 밀어내고 새로 한국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을 선수들의 활약도 이에 더해진다.
양과 질에서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 투수들이 2007년을 재현할 수 있을까. 2007년엔 리오스(22승)·레이번(17승) 등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10승 투수' 12명 중 절반(6명)을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