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민규 기자(왼쪽)가 여성 클라이머 김자인의 도움을 받아 클라이밍에 도전했다. 하지만 5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반면 김자인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유있게 웃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일간스포츠 김민규 기자(왼쪽)가 여성 클라이머 김자인의 도움을 받아 클라이밍에 도전했다. 하지만 5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반면 김자인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유있게 웃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일간스포츠가 와이드 인터뷰 Who+를 신설합니다. Who+는 단순히 이야기만 나누는 인터뷰가 아닙니다. Who+는 스타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즐기며 그 속에 담긴 추억을 나눌 것입니다. Who+는 스타와 함께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며 스타와 독자를 향해 한 발 더 다가가겠습니다. 겉모습 속에 감춰진 그 사람의 속내와 새로운 면을 탐색하고 조명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 부탁합니다.
'암벽 여제' 김자인(23·고려대)은 키 153㎝의 작은 선수다. 작은 그녀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클라이머가 됐다.
서울 수유역 근처 암벽등반장인 다이노스월에서 만난 김자인은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은빛 귀걸이에 분홍색 헤드셋, 분홍색 후드티에는 소녀 감성이 묻어났다. 그러나 암벽장에서 그는 강인한 클라이머였다. 홀더(인공암벽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잡고 있는 모습은 안정적이었다.
클라이밍을 배우기 위해 기자도 홀더를 잡고 암벽에 올랐다. 5분을 버티기도 힘들었다. 김자인은 "클라이밍이 운동량이 많은 종목이에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암벽에 매달려 있으면 오히려 더 편하던데. 한두 시간은 충분히 붙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편안해 보였다. 그는 암벽 위에서 자신이 왜 세계 최고에 올랐는지 몸으로 보여줬다.
◇김자인의 필살기는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기에 작은 키다.
"전문가 사이에서 여자 선수는 163㎝가 이상적인 신장이라고 한다. 나는 10㎝나 모자란다.(웃음)"
-정상에 오른 자신만의 기술이 있다면.
"하이스텝이라고 해서 발을 높게 올리는 기술을 잘한다. 몸이 유연한 것이 도움이 된다."
김자인은 암벽 위에서 두 손으로 홀더를 잡고 오른 다리를 자신의 어깨 높이에 있는 홀더에 걸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독일에서 시작된 스포츠다. 서양 스포츠라 동양인의 작은 체구가 불리할 텐데.
"몸이 작은 편이라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신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점프를 많이 시도한다. 안정적으로 홀더를 잡고 발에 힘을 줘 뛰어 오른다. 그러면 높이 있는 홀더도 잡을 수 있다."
그는 "점프를 보여줄까요"라며 암벽을 박차고 올랐다. 1m는 넘게 뛰어올라 경사면 위에 있는 홀더를 잡았다. 다이노스월에 모인 다른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김자인이 손과 발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의 손과 발은 그동안의 노력을 보여주듯 거칠었다. 임현동 기자
김자인이 손과 발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의 손과 발은 그동안의 노력을 보여주듯 거칠었다. 임현동 기자
- 스포츠 클라이밍에 필요한 근육은 무엇인가. 근육을 어찌 단련했나.
"전신 근육을 다 쓰는 운동이다. 특히 상체를 많이 쓴다. 어깨나 등, 복근의 힘이 필요하다. 벤치프레스는 하지 않는다. 미는 힘보다는 당기는 힘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깨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덤벨을 많이 쓰고, 레플 다운이라고 당기는 운동을 많이 한다. 큰 근육보다는 근지구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춘다.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무게를 무겁게 하기보다 횟수를 많이 한다."
-하체는 따로 단련하나.
"유연성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춘다. 하체가 무거우면 안 된다."
-지구력도 중요해 보이는데.
"평소 노원구에 있는 집에서 성북구에 있는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30분 정도 걸린다. 또 클라이밍을 하면 자연스럽게 체력이 좋아진다."
-체중 관리도 중요해 보인다.
"음식 조절을 철저하게 한다. 시즌 중에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아침 겸 점심으로 정상적인 식사를 한다. 저녁에는 사과와 고구마 정도만 먹는다. 체중 41kg를 유지하려고 한다.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양섭취에도 신경을 쓴다."
◇여성 선수 사상 첫 두 종목 석권
김자인은 리드(수직 13m 이상 높이에 90~180도의 다양한 경사각으로 이뤄진 인공암벽 코스를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를 겨루는 종목)가 주종목이다. 그는 2010년 6개 IFSC 클라이밍 월드컵 중 다섯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계랭킹 리드 부문에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10개 대회 중 5개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 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미나 마르코비치(24)에게 내줬다.
-세계랭킹 1위를 내줬다. 경쟁자도 등장했는데.
"물론 1등을 하면 더 좋다. 그러나 그렇게 속상하지 않았다. 마르코비치는 나랑 1살 차이가 난다. 그는 클라이밍하기에 적합한 체격 조건을 갖고 있다. 성적에서는 경쟁을 할 수 있지만 라이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라이벌이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스포츠 클라이밍은 직접 상대와 경쟁하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다. 클라이밍은 자신과 싸움이다. 그 코스를 완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경쟁자보다는 코스를 위해 함께 의견을 나누는 동반자다. 경기 전에도 선수들끼리 홀더의 배치를 보고 등반 경로를 의논한다."
그는 자신의 주종목이 아닌 볼더링(수직 5m 이내의 인공암벽 4~5 코스를 로프 없이 등반하는 종목)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4월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월드컵 볼더링 종목에서다. 여자 선수가 월드컵에서 리드와 볼더링을 석권한 것은 김자인이 처음이다.
-볼더링에도 출전한 이유가 있나.
"볼더링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나갔다. 우승은 올해가 처음이다. 2009년 일본 월드컵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마라톤 선수가 100m에서 우승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차이가 있나.
"내 주종목인 리드는 근지구력을 많이 쓴다. 반면 볼더링은 최대근력이 필요한 종목이다. 동작도 크고 파워풀하다. 코스도 5m로 리드가 15m 정도인 것에 비해 짧다."
◇공부하는 김자인
-올해 인기가 많이 올라갔다. 실감하나.
"예전에는 우승하고 들어와도 가족만 알아줬다. 그런데 기사를 통해 성적이 공개되니 놀라웠다. 또 최근에는 스마트폰 광고도 찍었다. 처음으로 찍었는데 어색했다. 반면 성적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는 생각에 부담도 늘었다."
- 후배 김연아와는 소속사(올댓스포츠)도 같고 대학교도 갔다. 학교에서 본 적이 있나.
"학교에서는 한 번도 못 봤다. 수업이 다 달랐다. 행사 때 말고는 보기 힘들었다. 연아가 너무 바쁘다. 그래도 연아가 팔로워한 사람이 10명 정도인데 그중 하나가 나다. 그래서 김연아 팬들도 나를 알아봐 준다.(웃음)"
-이제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들었다.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할 생각이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운동선수다 보니 심리적 부분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꼈다. 심리학을 잘 배워 후배들의 생각을 잘 읽는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 선수는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관리만 잘하면 30대 초반까지 할 수 있다. 현재 스포츠 클라이밍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2020년 올림픽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마음 같아서는 그 월드컵을 은퇴무대로 삼고 싶다."
-2012년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거창한 것은 없다. 그냥 올해도 중요한 경기 많으니까 심리적인 부담 덜고 경기에서 더 즐겁게 클라이밍을 하고 싶다. 대회 때마다 목표는 암벽 끝까지 오르는 완등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