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팬들이 단단히 뿔났다. 열광적인만큼 비난도 매서운 잉글랜드 팬들이지만 대상이 좀 특별하다. 선수나 감독, 구단이 아닌 심판 크리스 포이(50)에 대한 분노다.
심판경력 17년차인 포이가 잉글랜드 팬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건 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FA컵 64강전이 때문이다. 주심을 맡은 포이는 맨유가 1-0으로 앞선 전반 11분 빈센트 콤파니에게 레드카드를 줬다. 두 선수간 신체접촉은 없었지만 콤파니가 나니를 향해 시도한 태클이 악의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맨시티는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2-3으로 패했다. 맨시티는 콤파니의 퇴장에 따른 출장 정지에 대해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 항소를 요청했지만 FA는 이를 기각해 콤파니의 출전 정지는 4경기로 늘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콤파니의 퇴장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토트넘 공격수 엠마뉘엘 아데바요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퍼거슨이 하워드 웹 대신 포이를 택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비꼬았다. 하워드 웹은 맨유에게 유리한 오심을 자주 내기로 유명한 심판이다. 경기가 끝난 뒤 영국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는 포이의 오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포이가 이렇게 심한 비난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12일 스토크 시티와 리그 15라운드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포이는 후반 막판 유네스 카불의 슈팅이 스토크시티 수비수 라이언 쇼크로스의 손에 맞았지만 페널티킥으로 인정하지 않은데 이어 아데바요르가 터뜨린 동점골을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려 취소했다.
화가 난 토트넘 팬들이 실수로 포이와 이름이 비슷한 사이클 선수 크리스 호이의 트위터를 찾아가 욕설을 남기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포이는 지난해 11월24일 열린 첼시 선수들 10명에게 경고를 주고 2명을 퇴장시키기도 했다.
첼시는 이 경기에서 꼴찌였던 QPR에 0-1로 졌다. 오심의 피해자인 첼시와 토트넘, 맨시티는 모두 맨유의 잠재적인 경쟁자라 더욱 의심을 사고 있다. 포이가 교묘하게 맨유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편 FA는 16일에 있을 뉴캐슬과 QPR 경기에 포이를 배정하며 포이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팬들의 사이버 테러와 비난은 끊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