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예능프로 ‘1박2일’에서 나온 유행어다. 식사나 야외취침을 놓고 복불복에서 이긴 후 우스갯소리로 내뱉는 말이다. 프로축구 시·도민 구단의 수준이 딱 이정도다.
K-리그 승강제가 삐긋거리고 있다. 시·도민구단의 강력 반발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고, K-리그가 어떤 모습이 되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스플릿시스템으로 4개의 강등팀을 결정해 2013년부터 1부(12개팀), 2부(8개팀 이상) 승강제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시·도민구단은 강등팀을 올해 2개, 2013년 2개를 선별해 2014년부터 승강제를 실시하는 '2+2' 안을 주장하고 있다.
'2+2' 안은 1년간 더 준비기간을 갖자는 논리를 펼치지만 논리적 허점이 많다. 강등될 팀을 최대한 줄이고, 강등될 시기도 조금이라도 늦추자는 구단 이기주의다. 이 방안대로 할 경우 승강제 자체가 무산될 위험요소도 크다. 시도민 구단 대표들이 이처럼 강력 반발하는 것은 최소한 자신들이 팀을 맡고 있는 기간에는 강등될 확률을 줄여보자는 태도로 풀이된다.
승강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안건으로 승인한 게 벌써 5년도 넘은 2006년 8월이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2010년 겨울부터는 공청회를 여는 등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그때는 아무 이야기도 없다가 시행을 코앞에 두고 반발하는 것은 승강제 실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풀이할 수 없다.
승강제 논의가 지난해 급물살을 탄 것은 더이상 프로축구를 지금처럼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시청률이 떨어지며 방송 중계가 줄어들고, 야구와 더불어 양대 스포츠라는 위상에도 금이 갔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K-리그 전체가 공멸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틀을 바꾸는 대대적인 개혁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뼈를 깎는 희생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개혁을 이룰 수 없다.
시·도민구단이 제시하는 2+2 방안을 할 경우 승강제는 도입 첫 해 연착륙하기가 매우 어렵다. 14팀으로 1부리그가 운영되면 팬들은 지금 치러지고 있는 K-리그와 차별성을 느낄 수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 기존 K-리그에서 두 팀만 합류하는 2부리그도 유명무실해진다.
또 14+2안이 관철될 경우 첫해 강등되는 팀은 2년 동안 2부리그에 머물러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1부리그도 2부리그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자연스레 승강제를 당분간 중단하고 다시 기존 16개 구단 체제로 돌아가자는 논의가 터져나올 개연성도 생긴다.
순차적으로 시행한다는 게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시민구단 인천에 몸담고 있는 허정무 감독조차 “한국 축구 전체를 생각하면 4개팀이 강등돼 12개 팀으로 1부리그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정쩡한 개혁은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개혁다운 개혁을 일궈내지 못한다면 프로연맹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FC 서울, 전북 현대, 울산 현대,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등 명문 구단이 따로 모여 기존의 K-리그의 틀을 깨고 새로운 프로축구리그를 만드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프로연맹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승강제 방안을 결정한다. 시도민 구단이 대승적으로 한국 축구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를 갖기 바란다.
◇승강제 실시할 경우 프로팀 의무 조항(가안)
항목 기준
시설 관중석(2만석)·대중교통(10분 이내)·주차장(500대 이상 주차 가능)
실내외 선수들 워밍업 장소 보유
잔디 급수 시설 보유
조명 1500럭스 이상
기자회견장(70석 이상)·취재기자석(150석 이상)·전광판 2개 이상
유소년 유소년 별도 조직 구성
연령대별 유소년팀 보유
구단 직원 사장 또는 단장·사무국장 각 1명씩
미디어·마케팅·경기 운영팀 등 개별 운영
지도자 프로팀 감독 조건(P급 또는 A급)
◇지난 시즌 초반과 후반 관중수 비교(단위 : 명)
팀(지난 시즌 순위) 강원FC(16위) 대전 시티즌(15위) 상주 상무(14위) 인천 유나이티드(13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