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고 있는 할아버지는 기가 막히다. 수다쟁이 햄스터를 따끔하게 꾸짖어주고자 한 말인데, 이 녀석이 그대로 따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난감 햄스터와 싸울 수도 없는 노릇. 할아버지는 손자 앞에서 "허허"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2011년 여름 UCC를 타고 번진 이 동영상은 대박의 기폭제였다. 고개를 흔들며 사람 말을 우스꽝스럽게 따라하는 수다쟁이 장난감 햄스터 '햄토킹'은 요즘 ㈜손오공의 상징이 됐다.
'햄토킹'은 사실 깜짝 성공작이었다. 우리회사 영업부는 여름철 출시를 적극 반대했다. 여름은 봉제완구의 비수기이기도 하거니와 비슷한 제품이 이미 나왔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으니 아예 제품화 하지 말자는 결론이었다. 그건 상식선에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할 때 기회가 있는 것이지, 잘 된다고 하면 경쟁자가 많아 살아 남기 힘들다. 남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면 기회가 될 것 아닌가. 마케팅이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팔 것인가의 문제이다.
여러 개의 이름이 책상 위로 올라 왔지만 너무 길고 멋진 경향이 있었다. 나는 짧고 쉬운 '햄토킹'으로 밀어붙였다. 원래 메커니즘은 있던 것이다. 홍콩에서 개발됐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품이 있었으나 대체로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면이 조금 모자라는 것 같았다. 일본에서도 잘 안 팔리는 애물단지였다. 언제나 간발의 차이가 세계를 제패 하는 법! 이런 경우에는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될 것만 같은데…. 내 직감이 맞는다고 어떡해 보여줄까?
기존 제품보다 우월하다는 표현의 전략을 짜야 했다. 홍콩의 원제품의 메커니즘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수정하고, 얼굴이 쥐처럼 홀쭉한것을 좀 더 통통하게 바꾸어야 했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마케팅 원칙이 있다. 첫인상부터 5분만 재미있다고 인정받으면 된다. 요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햄토킹'에게 "시끄러"라고 야단치면 잽싸게 따라한다. 기분 나쁘지 않고 어이없는 건방짐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햄토킹'을 데리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엄마가 조그만 '햄토킹'을 데리고 노는 UCC도 제작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4만원의 고가 제품이지만 반응은 좋았다. 우리보다 더 깜짝 놀란 쪽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메이저 완구사인 다카라토미가 이 제품을 맡았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타킷을 어린이로 한정 지은 것이 패인이었다.
다카라 측은 홍콩·대만·일본에서 실패한 '햄토킹'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잘 되는 것을 보고 노하우를 알고자 했다. 2011년 가을 무렵 해외영업팀 직원들을 내게 보냈다. 노하우를 전수받아 일본에서 '햄토킹'을 다시 프로모션 하여 대세를 역전시켰다. 결국 소통의 문제다. 5분만 가지고 놀게 하는 공감을 어떻게 확보하냐가 관건이다. '어떤 상품이든 표현력'이란 것을 명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