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설 연휴 개봉 영화 2편에 연거푸 출연한 국민배우 안성기(60)를 오랜만에 만났다. 5억원 정도의 저예산 영화 '부러진 화살'(정지영 감독)과 제법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상업영화 '페이스 메이커'(김달중 감독)에 나란히 출연했다. 2007년 '석궁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에선 부당한 사법권에 뚝심있게 저항하는 주인공 김경호 교수를, '페이스 메이커'에선 주인공 주만호(김명민)를 이용해 올림픽 마라톤 입상을 노리는 매정한 감독을 연기했다. 찍은 시기는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개봉 일정이 겹치면서 데뷔 이후 55년만에 처음으로 영화 2편 동시개봉이라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주연과 조연 영화 2편 중 솔직히 어떤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냐"는 우문에, 그는 "'부러진 화살'은 소재면에서 나름 의미있는 작품이어서 잘 돼야하고, '페이스 메이커'는 돈을 벌어야 하는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흥행이 잘 돼야한다"며 웃었다. 또 "설 연휴에 개봉하는 후배들의 다른 영화도 잘 돼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역시 '원조 바른생활 사나이'다웠다.
-공교롭게도 설 연휴엔 안성기만 보게 됐다.
"그렇게 됐다. 데뷔 이후 거의 처음 같다. 촬영 시기는 달랐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둘 다 잘 돼야 할텐데 걱정이다. 또 우리 영화 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출연한 다른 영화도 잘 됐으면 좋겠다."
-'부러진 화살' 통쾌하더라.
"배우로서 연기를 하면서도 그런 통쾌한 감정을 느꼈다. 김경호 교수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불신이 이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되는 것 같다."
-사법권을 조롱하는 주인공 연기가 부담이지는 않았을까.
"그런 건 없었다. 사실 제작진에서도 소재의 민감함 때문에 기성배우는 힘들겠다, 아예 신인배우들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더라. 그러나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감독마저 놀라는 눈치였다. 주인공을 미화시키거나 영웅화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과 실질적 느낌들을 그대로 잘 전달하려고 했다."
-그래도 안성기가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를 훼손하지는 않을까.
"지금껏 해온 연기가 있기 때문에 이번 역할 하나로 팬들이 안성기를 이상하게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적인 소재가 아주 좋았고 해 볼 만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되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제2의 도가니'가 될 것 같다.
"20년 전에 '남부군'을 찍을 때만 해도 사회 분위기는 녹록치 않았다. 세무조사 등 외부 압력이 두려워 '남프로덕션'이라는 제작사를 따로 설립해 찍을 정도였다. 그래도 '남부군'이 영화화되면서 이 정도까지는 사회적으로 용인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아직 아무도 이런 소재를 다루지 못했으나 우리가 했고, 이게 개봉되면 그 사회는 이 정도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한 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페이스 메이커'는 또 정반대의 인물같다.
"사실 연기하기에 좀 어려웠다. 감독의 캐릭터가 너무 단선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거기선 분명 조연이었다. 주인공인 김명민을 지원하는 또다른 페이스 메이커 같은 인물이었다."
-55년을 한결같이 연기만 했다. 제작이나 연출을 할 의지는.
"재능이 있다면 해 볼 만하겠다. 박중훈도 최근 감독 데뷔를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하더라도 기존의 감독들보다 잘 할 자신도 없다. 그러면 안 하는 게 낫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는데 정치권에서의 제안은.
"예전엔 있었는데 고사한 이후론 지금까지 제안받은 것 없다. 개인적으로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거 때문에 손해본 적도 많다.(웃음)"
-올해 계획은.
"영화 열심히 하는 것. 가깝게는 30일에 굿다운로더 캠페인 광고를 찍는다. 이번엔 가수들도 참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