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태종(왼쪽)과 최진주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세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으로서 첫 설을 맞았다. 김민규 기자 "반갑습니다. 문태종입니다."
문태종의 한국어 발음은 정확했다. 그는 가장 자신 있는 한국말을 묻자 "반갑습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지만 "반갑습니다"와 "문태종"이란 발음은 매우 능숙했다.
'문태종'으로 맞는 첫 설지난 시즌 한국 농구에 데뷔한 문태종은 '미국인 제로드 스티븐슨'이 아닌 '한국인 문태종'으로서 첫 설을 맞았다. 문태종은 지난해 동생인 태영(창원 LG)와 함께 체육분야 우수인재로 선정돼 특별귀화 허가를 받았고, 한국 대표로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했다. 그는 "주민등록증을 볼 때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귀화 결정에 대해 "미국과 한국 국적을 모두 가질 수 있어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KBL과 구단의 노력으로 이중국적을 유지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어머니(문성애씨)가 정말 좋아하셨다"고 밝혔다.
문태종은 현재 아내 니콜(36), 두 아들 캐머런(8)과 자린(7), 막내딸 나오미(1)와 서울 평창동의 집에서 지낸다. 그는 "딸이 지난해 태어났는데 정말 귀엽다. 아이들이 있어 한국 생활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설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한다. 프로농구 시즌이 한창이라서다. 문태종은 "23일 창원 원정 경기 전날 동생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하진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왜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나요문태종은 이날 난생 처음으로 한복을 입었다. 개량 한복이라 입는 것이 어렵진 않았지만 어색해하는 눈치였다. 그는 사진 촬영하는 내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문태종은 "이 옷을 한복이라고 하나?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건 안다. 아이들에게 입혀 본 적이 있다"며 "생각보다는 활동하기 편하다"고 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한복을 입은 문태영을 보며 "그 옷 입고 농구하면 어떠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문태종은 미 공군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갓난아기 때 미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도 없었다. 문태종은 "육회 같은 날음식은 먹지 못하지만 다른 한국 음식은 잘 먹는다. 갈비와 잡채를 좋아하고, 김치도 먹는다"고 말했다. 팀원들도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태종이 형"이라고 부르며 한국 선수처럼 대한다.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문태종이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아이들이 밤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밤 10시 넘어서까지 학원에 다니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한복 협찬- 전통한복 김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