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직원을 징계하기는커녕 위로금을 지급하는 작태는 축구협회가 얼마나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표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신호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지난해 축구협회가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 신임 감독을 선발할 때 원칙과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고 소수 집행부의 의견에 따라 일을 처리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축구협회는 조중연(66) 회장을 중심으로 이회택(66) 부회장, 노흥섭(64) 부회장, 김진국(61) 행정 전무이사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조 회장과 이 부회장은 1992~93년 무렵부터 협회 임원으로 일을 시작해 20년 넘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 부회장과 김 전무도 2000년대부터 10년 넘게 중책을 맡아오고 있다. 축구협회가 소수의 집행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소수의 사람들이 행정을 독점하다보면 도덕적으로 해이해질 위험도 크다. 친분이 깊은 사람들이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 견제와 감시의 시스템도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좋은 것이 좋다는 온정주의가 내부 기강을 무너뜨릴 위험도 있다. 축구협회는 1년 예산이 1000억원대에 이르는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조중연 회장은 친분이 깊은 몇몇 축구인에 의지해 협회를 운영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정, 마케팅, 국제 업무 등에서는 과감하게 외부의 전문가를 발탁해 조직을 개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조광래 감독 경질과 최강희 감독 발탁 직후 거센 비난을 받았을 때 축구협회는 조금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가면 다 잊혀질 것이라는 태도였다. 이번에도 축구협회의 반응은 비슷하다. 곧 잊혀지고 A매치를 하면 다시 팬들은 축구에 환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축구협회가 자정기능 마저 상실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 마피아처럼 변해가는 축구협회를 언제까지 받아들이고 용납해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