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26일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한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김진욱(52) 두산 감독은 "출발이 상쾌하다. 훈련할 때 집중력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선수단 전체가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변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어두웠던 마음이 밝아졌다. 두산은 지난해 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현수(24)는 "2011년만큼 힘들었던 해가 또 없었다. 다들 그럴 것"이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 신뢰도가 높다. 특유의 '오픈 마인드' 자세로 제자들과 소통하며 지친 마음을 달랜다.
선수들이 먼저 느낀다. '두목곰' 김동주(36)는 "감독님은 대화의 달인이시다. '이분이 나를 믿고 맡겨주신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선수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조건적인 믿음은 자칫 방만으로 흐를 수도 있다. 김동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난해 힘든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 성적 부담이 컸다. 감독님이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주시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팀 내에 흐르고있다."
'오픈 마인드'는 코칭스태프들간 화합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 시즌 두산은 일본프로야구 감독 출신인 이토 쓰토무(50) 수석을 비롯한 일본인 코치 두 명과 한 배를 탔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인 코치를 받아본 적이 없는 구단.
그만큼 소통이 절실하다. 김 감독은 "캠프지에서 첫 날 미팅만 내가 주재했고, 이후 이토 수석에게 넘겼다. 이토 수석의 경험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야구 문화가 다르다. 이토 수석 역시 미팅 초반에는 소통하는 데 작은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난하게 적응 중이다. 김 감독은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선수단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몸도 치료 중이다. 두산은 현재 피오리아 구장(클럽하우스·그라운드 2면)을 쓰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팀인 시애틀과 샌디에이고가 이 구장을 사용한다. 시설도 최고 수준이다. 특히 클럽하우스 안에 설치된 아쿠아 치료실(가로·세로 3m, 깊이 1.5m) 인기가 상당하다.
재활군 선수와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근육을 풀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따끈하게 데워진 물 속에서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체조를 한다. 몸에 작은 튜브를 달고 입수해 하중이 실리지 않는다. 전재춘 두산 트레이너는 "어깨나 다리가 결릴 때 회복하는 데도 효과 만점이다. 마사지 효과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친 김에 아쿠아 치료실을 잠실구장에도 설치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 아쿠아 치료실의 만족도가 높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김태룡 단장과 김승영 사장께 잠실구장 내 설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구단 측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산 선수들은 이번 시즌부터 잠실구장 샤워실 내 따로 마련된 아쿠아 치료실을 이용할 수 있다.
두산 홍보팀 관계자는 "애리조나에는 웨이트 장비 등 선수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청명한 가을 날씨라 훈련하기에도 적합하다. 애리조나로 훈련을 온 것은 처음이지만, 다들 마음에 들어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