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FC서울의 '무공해’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방울뱀’, 대구 FC의 '삼바'가 K-리그 히트상품 자리를 노린다. 이들에게 영감을 준 것은 ‘닥공 전북’이다. 전북 현대는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사전 미팅에서 ‘셧업, 어택(Shut up, Attack:닥치고 공격)’을 소개하기도 했다. 닥공 전북은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시즌 막판 ‘철퇴 축구’로 바람몰이에 성공한 울산 현대도 벤치 마킹 대상이다.
이름을 괜히 짓는 게 아니다. 이름은 올 시즌 그 팀이 어떤 축구를 추구하는 지 보여주는 깃발이자 목표다.
◇FC 서울-무공해 축구
FC서울의 ‘무공해 축구’는 전북의 ‘닥공’과 가장 흡사하다. 최용수(39) 서울 감독은 대행에서 정식 감독이 되자마자 무조건 공격, 즉 ‘무공’ 축구를 내세웠다. 이후 괌 전지훈련지에서 최 감독은 ‘무공해’ 축구로 이름을 진화시켰다.
신나는 공격 축구와 더불어 심판 판정에 승복하는 깨끗한 축구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의미다. 국가대표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 최 감독은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지난 시즌을 휩쓸었다면 이번 시즌은 우리의 ‘무공해 축구’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제주 유나이티드-방울뱀 축구
제주 박경훈 감독은 올 해를 시작하며 “제주 축구를 ‘방울뱀’ 축구로 불러 달라”고 했다. 천천히 움직이다 한 순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방울뱀 같은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미다. 올 시즌 제주는 주 공격수 김은중(33 강원)이 이적하고, 배기종 김영신 등이 군에 입대해 공격진이 얇아졌다는 평가다. 탄탄한 수비로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순간적으로 상대를 몰아쳐 승리하겠다는 생각이다.
◇ 대구 FC- 삼바 축구 이름만 삼바가 아니다. 대구는 올 시즌 ‘브라질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 수석코치 출신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을 필두로, 산토스와 쿠리치바 등 브라질 명문 클럽 출신 코치들로 스태프를 구성했다. 마테우스 등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브라질 출신이다. 전지 훈련도 브라질에서 하고 있다. 브라질 정통 삼바 축구로 강등 위기를 넘겠다는 포부다.
◇리얼 블루 수원, 대전 벌떼 축구
이 밖에 윤성효 감독과 서정원· 고종수 코치 등 팀의 레전드로 코칭스태프가 구성된 수원은 ‘리얼 블루’로, 유상철 대전 감독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벌떼 축구' 로 네이밍 전쟁에 가세했다.
구단들이 이 같이 고유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열을 올리는 것은 2013년 실시되는 승장제의 파고를 넘고 동시에 흥행 몰이를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이름 짓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K-리그의 흥행을 위해서도 각 구단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지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바르셀로나의 콤팩트 사커나 전북의 닥공, 울산의 철퇴 축구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내세운 철학이 장시간에 걸쳐 그라운드에서 구현되었기 때문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