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방울뱀 축구의 중심에 권순형(26)이 있다. 방울뱀 축구는 박경훈 감독이 올 시즌 내 놓은 제주 유나이티드의 ‘축구 브랜드’다. 방울뱀이 방울 소리를 내며 경고를 보내다 한 순간에 상대를 제압하듯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박경훈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여 압박을 가하다 상대의 허점을 노리겠다”고 했다.
방울뱀 전략의 핵심은 허리에 있다.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선 미드필더 진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제주로 옮긴 권순형은 중원사령관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과거 구자철(23·볼프스부르크)이 담당했던 자리다. 권순형은 “팀 전술의 중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제주의 축구스타일이 정말 재밌다”고 했다.
권순형은 또 “감독님께서 체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중국 전지훈련에서 정말 쉴새 없이 뛰었다”고 전했다. 실제 박경훈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한 경기에서 14Km를 뛴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많이 뛴다는 박지성이 12Km정도”라며 ‘뛰는 축구’를 강조했다. 더구나 K-리그에선 박지성만큼 뛰는 선수도 많지 않다.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이 뛴 설기현이 11Km를 조금 넘게 뛰었을 뿐이다. 그 만큼 박경훈 감독이 말하는 방울뱀 축구는 강한 체력이 요체다. 권순형은 “90분간 방울뱀이 꿈틀대기 위해선 '허리'가 쉬어선 안 된다"며 "매 훈련 때 마다 100%이상을 쏟아내야 했다. 훈련이 끝나면 녹초가 됐다”며 웃었다.
권순형은 "중국에서 훈련을 거치며 선수들 간 호흡이 잘 맞아가고 있다. 감독님의 전술에 점차 녹아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올 시즌 제주의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수들의 기량이 모두 좋다. 올 시즌 순위는 예상하기 힘들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훈련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2010년 제주는 조직적으로 가장 뛰어난 팀이었다. 올 시즌도 박 감독의 전술을 선수들이 잘 소화해 준다면 2010년의 모습을 다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전훈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제주는 31일부터 서귀포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제주는 5일 일본 오키나와로 2차 전지 훈련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