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패이트리어츠 vs 자이언츠, 내일 ‘세기의 재대결’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21세기 최고의 NFL 팀’으로 통하는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가 뉴욕 자이언츠에 세 번 연속으로 진다는 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 그러나 현재 뉴욕 자이언츠처럼 ‘뜨거운’ 팀이 없다는 사실이 곧바로 오버랩된다. 5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루카스오일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제46회 수퍼보울은 누가 이겨도 이변이라 할 수 없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승부다.
양팀이 한 번 발동 걸리면 겉잡을 수 없이 몰아붙이는 성향을 가졌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때문에 예상을 뒤엎고 한쪽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다수 팬들이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양팀이 맞붙었던 2007시즌때 수퍼보울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보여주는 것.
뉴잉글랜드 쿼터백 탐 브레이디는 당시 수퍼보울 경기를 한 번도 다시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완벽주의자인 그의 완벽했던 시즌을 자이언츠가 무참히 깨트린 상처가 크긴 컸던 모양이다. 뉴잉글랜드는 지난 2주 내내 당시 수퍼보울 악몽에 대해 귀따갑도록 들어야 했다.
브레이디의 수퍼모델 부인 지젤 번천까지 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근 그녀가 친인척들에게 보낸 기도문이 뉴욕 포스트에 보도됐다. 다음은 번천 이메일의 전문.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여러분. 이번 일요일은 제 남편에게 아주 중요한 날입니다. 그와 그의 팀이 여기(수퍼보울)까지 오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우리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그에게 보내줘야 할 때입니다. 제 남편을 위해 모두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가 자신감 있고, 건강하고, 힘차다고 느낄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가 일요일에 이겨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지젤 번천.
번천이 이렇게 메일을 띄운 데는 단지 그녀가 브레이디의 부인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브레이디가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한 전 애인인 브리짓 모이나한과 사귀면서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쥔 반면, 번천과 만난 뒤론 우승횟수가 ‘0’이다.
그러나 브레이디는 디펜스가 강한 볼티모어와 AFC 챔프전에서 혼쭐이 나 불안한 모습이다. 당시 터치다운 패스는 없었고, 인터셉션 2개에 패싱야드가 239에 그쳤다. 볼티모어가 실축하는 바람에 간신히 수퍼보울에 올랐지만 이번에 맞붙는 자이언츠는 볼티모어 만큼 막강한 디펜스를 자랑하고 있다.
이미 올 정규시즌 대결에서도 브레이디가 또 한 번 매운 맛을 봤다. 342야드를 던져 TD 2개를 기록했지만 인터셉션 2개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종료 15초를 남겨놓고 자이언츠 쿼터백 일라이 매닝에게 1야드 결승 TD를 얻어맞아 24-20으로 뉴잉글랜드가 역전패를 당했다.
삼세번 도전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면 ‘최고의 쿼터백’을 자부하는 브레이디에게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이끄는 공격이 과연 이번에는 ‘자이언츠 디펜스’라는 숙제를 풀 수 있을까? 열쇠는 타이트엔드(TE)와 러닝백들이 쥐고 있다. 간판 TE 랍 그란카우스키는 올 시즌 1327 리시빙 야드에 TE 사상 최다인 17개의 TD를 작렬시켰다. 또 애런 에르난데스가 910야드에 7TD를 터트리며 환상의 TE 콤비를 이뤘다.
그란카우스키는 3명의 수비수도 뚫을 수 있는 폭발적인 힘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 AFC전에서 왼 발목부상을 입었다. 뉴잉글랜드는 그의 부상이 생각 외로 크다고 공공연하게 밝혔지만 ‘스파이 게이트’까지 일삼은 뉴잉글랜드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느낌이 농후하다.
그란카우스키와 함께 뉴잉글랜드 디펜스가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뉴잉글랜드가 올 포스트시즌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디펜스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덕이 컸다. 정규시즌때 경기당 411.1야드로 뚫려 디펜스가 꼴찌였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선 세이프티 패트릭 청과 라인배커 브랜든 스파익스가 라인업에 돌아오며 325야드만 내줬다.
반면 자이언츠는 4년 전처럼 프런트 4가 브레이디를 향해 정신없이 패스 러시를 가해야 한다. 당시 자이언츠는 브레이디를 필드 바닥에 쓰러트리고 또 쓰러트렸다. 총 9번 가격해 5개의 색을 기록했다.
이번 경기 플랜도 다를 바 없다. 탐 코플린 자이언츠 감독은 이미 선수들에게 2007시즌 수퍼보울 비디오를 수차례 틀어줬다. 이번에도 메시지는 하나다. 브레이디를 계속 넘어트리라는 것.
자이언츠 멤버들은 자신만만하다. 브레이디가 자이언츠 디펜스를 두려워한다고 믿고 있다. 특급 수비수 J.P.P.(제이슨 피에르-폴)는 “정규시즌때도 우리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자칫 브레이디에게 동기유발이 될 수도 있지만, 대다수 풋볼 관계자들은 최근 자이언츠 디펜스를 보면 J.P.P.가 이 정도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풋볼 전문가의 절대다수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그린베이 패커스도 자이언츠의 디펜스에 강펀치를 맞고 37-20으로 나가 떨어졌다.
자이언츠는 포스트시즌 들어 총 39점만 허용했다. 5연승을 달리는 동안엔 67점만 내주며 20개의 색을 기록했다. 이동안 상대 패싱도 모두 251야드 이하로 묶었다. 이 정도면 완벽에 가까운 디펜스다. 뉴잉글랜드의 천재 감독 빌 벨리칙도 이 점을 전적으로 인정했다.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최고의 수비다”고 했다.
그런데 자이언츠가 더욱 무서운 점은 볼티모어처럼 디펜스만 가동하는 팀이 아니라는 것. ‘긴장을 모르는 사나이’ 일라이 매닝의 패스 플레이가 매섭다. 하킴 닉스-마리오 매닝햄-빅터 크루즈로 이어지는 리시버진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수퍼보울은 최고령 감독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코플린은 만 65세. 벨리칙은 59세다. 자이언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 수퍼보울에서 두 차례나 맞붙는 라이벌이 됐다. 누가 승리의 미소를 지을지 궁금하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중앙일보USA 기자 won@joongang.co.kr
◇수퍼보울 하프타임쇼 주인공 마돈나는 누구?
경기 못지 않게 관심을 모으는 게 바로 수퍼보울 하프타임쇼다. 1993년에는 마이클 잭슨의 하프타임쇼가 경기보다 훨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에 하프타임쇼를 장식할 마돈나(53)는 ‘Like a Virgin’ ‘Papa Don’t Preach' 'Like a Prayer' 'Vogue' ‘Music’ ‘4 minutes’등 1980년대~2000년대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냈다. 총 3억장의 앨범을 판매했는데, 여자가수 중 최다 기록이다.
마돈나는 1958년 미시건주의 베이시티에서 크라이슬러사의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6살 때 오랜 동안 암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생 때인 76년에 학업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로체스터 아담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미시건 대학 무용과에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던 중 디스코 클럽 ‘블루 프로그(Blue Frogge)’에서 라운지의 순회 연주를 하고 있던 R & B밴드의 드럼 주자인 브레이를 만나 싱어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역사학자들은 마돈나가 여권신장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역사상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중 한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0년에는 타임지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25인’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