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라고 무조건 기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케이블 TV에 이어 종합편성채널까지 나와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 그럼에도 진부한 기획 또는 판단착오로 '애국가 시청률'을 보여 관계자들을 애타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상파라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도 10%대(AGB닐슨미디어리서치) 미만, 심지어 5% 아래로 떨어져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유령 프로그램'들을 살펴봤다.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
목요일 오후 11시 5분 방송 / 자체최고시청률 8.5% (2011년 12월 1일) / 자체최저시청률 4.5% (2012년 1월 5일)
내용 : 정통 토크쇼를 표방한다. 메인 MC 주병진이 보조MC와 함께 게스트를 상대로 토크쇼 진행. 2회까지 최현정 아나운서가 보조MC로 나왔다가 '하는 일이 없다'는 비난을 들으며 하차했다. 이후 '붉은 소파' '시크릿' 등 새로운 코너를 도입해 이병진 등 입담 좋은 개그맨들을 배치했지만, 또 다시 보조MC를 사유리로 교체했다. 첫방송후 질풍노도의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적사항 : 12년만에 방송에 복귀한 주병진 덕분에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먹을 것 없는 잔치'였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린 진행과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질문 등이 문제. 게스트를 불러놓고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반복하는 등 새로울 것 없는 내용으로 빈축을 샀다. 화제성이 떨어지는 게스트를 섭외하는 경우가 많고 '말이 되는' 게스트가 나와도 흥미를 유발시킬만한 요소를 잡아내지 못해 지루함을 준다. 방송은 유기견이 아닌 아이돌에게 맞춰졌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떨어져 있는 시간이 대부분. 언제 친밀감을 쌓아서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개선방향 : 폭로성 발언이 예능프로그램의 인기를 좌지우지하는 판국에 점잖은 태도로 일관해서는 답이 없다. 무엇보다 주병진이 빨리 예능감을 되찾아야 한다. 쉽지 않다면 보조MC의 비중을 키워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현재 상태라면 봄 개편에서 조기조영될 가능성이 크다.
▶MBC '우리들의 일밤-룰루랄라'
일요일 오후 5시 방송 / 자체최고시청률 4.5% (2012년 1월 22일) / 자체최저시청률 2.8% (2012년 1월 29일)
내용 : 음악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의 프로그램. 음악과 예능을 적절히 버무려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모두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전작인 '바람에 실려'의 실패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 제작진이 많은 노력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여론을 의식해 국내로 촬영지를 바꾸고 '나는 가수다'로 다시 화제가 된 김건모와 예능에 일가견이 있는 정형돈 등 개그맨들을 투입했다.
지적사항 : 착해도 너무 착하다. 첫회에서 '태교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교육방송을 연상시킬 정도로 교훈적인 내용만 보일뿐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다. 김용만·정형돈·박규리·지나 등 각자 한 몫을 톡톡히 할 것 같은 보조 MC들이 배치됐지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서 재미를 찾으라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개선방향 :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 시청률이 장기간 2~3%대에 머무는 등 사실상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어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종영하게 될 것 같다는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의견. 프로그램을 살리려면 각 출연자들의 개성을 살려 재미를 주든가 몰입도 높은 미션을 수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듯.
▶KBS 2TV '난폭한 로맨스'
수·목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 / 자체최고시청률 7.1% (2012년 1월 4일) / 자체최저시청률 4.4% (2012년 2월 1일)
내용 : 다혈질 보디가드 이시영과 야구선수 이동욱의 우격다짐 로맨스를 그렸다. 이시영이 경멸하는 이동욱의 경호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제대후 첫 작품 '여인의 향기'로 멋지게 복귀한 이동욱과 주가 상승중인 이시영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다. 내용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지만 시청률은 매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적사항 : 좀 쉴 걸 그랬다. 이시영이 KBS '포세이돈'을 끝낸지 두 달만에 유사 이미지로 돌아와 지루함을 준다. 털털한 성격과 각종 무술에 능한 캐릭터가 '포세이돈'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짧은 헤어스타일도 변함없다. '복싱 프리미엄'만 강조하기 위해 다시 여걸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 이미지 변신이 시급하다.
개선방향 : 중반을 넘어섰기 때문에 더 이상 회복할 가능성은 없다. 더 이상 떨어지는 굴욕을 면하기 위해 현상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쟁작인 MBC '해를 품은 달'이 40%대를 향하며 동시간대 대다수 시청자들을 잡아끌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암울한 결과가 예상될 뿐이다.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가족의 탄생'
토요일 오후 5시 15분 방송 / 자체최고시청률 : 4.6% (2011년 12월 31일)/ 자체최저시청률 3.5%(2011년 12월 3일 )
내용 : 이휘재와 김병만·붐을 메인MC로 내세우고 아이돌 스타들을 투입해 유기견 및 희귀동물과 한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버라이어티. 아이돌 스타들이 유기견을 보살피며 입양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훈훈함과 재미를 동시에 주겠다는게 기획의도다.
지적사항 : 10%대를 보이는 동시간대 경쟁작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시청률이다. 스타와 동물의 교감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끌어내겠다는 시도는 좋았지만 더 이상 흥미를 유발할만한 포인트가 없는게 문제다.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내놓은 아이템이 유기동물 보호소 사료기부를 내건 김병만의 도전. 하지만, 이미 '달인'을 통해 보여줬던 도전의 '재탕'에 그치고 있어 식상함을 준다. 사료기부를 위해 도전한다는 간절함은 드러나지 않고 '달인' 김병만의 이미지를 활용해 재미를 주는데 급급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인피니트 등 아이돌 스타들이 정성껏 유기견을 보살피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건 사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처럼 단조로운게 흠이다.
개선방향 : 동물들에 대한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강조하되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놓쳐선 안된다. 과거 god가 '육아일기'로 큰 인기를 끌었을때도 각 멤버들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살아나 다양한 웃음과 재미를 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단, 유기견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효리를 섭외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KBS 2TV '청춘불패2'
토요일 오후 11시 15분 방송 / 자체최고시청률 7.0% (2011년 11월 12일) / 자체최저시청률 5.1% (2012년 1월 7일)
내용 : 시즌1 때 밭에 씨를 뿌리고 소에 여물을 주던 걸그룹 멤버들이 어촌으로 장소를 옮겼다. 소녀시대 써니·효연을 비롯해 카라 강지영 f(x) 엠버·미쓰에이 수지·레인보우 고우리·씨스타 보라·쥬얼리 예원 등 일명 G8의 순탄치 않은 대부도 안착기를 다룬다. 이수근이 마을 이장으로 나서고, 붐과 지현우가 힘을 보태고 있다.
지적사항 : 달라진 게 없다. 농촌에서 어촌으로 장소가 변한 것 말고는 시즌1에서 보여준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당나귀 지분을 놓고 경쟁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이게 시즌1인지 2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최근엔 '백지' '맏언니' 등 시즌1에서 반응이 좋았던 캐릭터들을 재현하기 위해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출연자의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어내려다보니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입담 좋기로 유명한 유일한 원년멤버 써니까지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는 나머지 멤버들의 부족한 예능감이 최대 취약점이다.
개선방향 : 출연자들이 좀 더 과감하게 망가질 필요가 있다. 시즌1이 시청률은 낮아도 화제가 됐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지현우도 훈훈한 오빠 이미지를 버려야한다. 제작진은 시즌1의 잔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빤한 내용을 버리고 좀 더 다양한 기획을 시도해야 한다.
▶SBS 주말극 '폼나게 살거야'
토·일 오후 9시 50분 방송/ 자체최고시청률 11.2%(2012년 1월 14일) /자체최저시청률 7.6% (2011년 10월 2일)
내용 :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소문난 칠공주' '장밋빛 인생' 등 히트 드라마를 집필한 스타작가 문영남의 작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나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흥행보증수표'라는 문영남 작가의 작품 치고는 형편없는 성적을 보이고 있는 상태. 지난해 9월 9.4%로 시작했지만 이후 동시간대 MBC '애정만만세'에 밀려 답보상태다. 문영남 작가의 필모그래프에서 '유령드라마'가 됐다.
지적사항 : '수상한 삼형제' '조강지처 클럽' 등 문영남 작가의 전작과 별 다를 것 없는 내용과 캐릭터로 진부함을 주고 있다. 리메이크 작품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민망하고 야한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내보낸 것도 문제. 내용전개와 관계없는 무리한 설정이라 보기에 불편했다는 평가다.
개선방향 : 한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 건 명확한 사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고민없이 자기복제만 반복하다보면 '거저 먹으려 한다'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시청률을 올리기위해 무리한 시도를 하다보면 기존시청자까지 등돌리게 만들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할 것. 내용전개에 좀 더 개연성을 부여하고 캐릭터도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