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대신 완도. 지난달 열흘간의 무단이탈 파문 뒤 광주구장에서 재활군과 함께 훈련하고 있던 KIA 최희섭(33)이 16일 전남 완도에 있는 KIA 2군 캠프에 합류했다. 선동열(49) KIA 감독은 16일 오전 최희섭에게 "2군 캠프에 합류해 훈련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KIA 구단은 최희섭이 제외된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 참가자 명단을 발표했다.
최희섭의 입장에서 2군 캠프 합류 자체는 반길 만한 일이다. 광주 재활군에서는 기술 훈련에 한계가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위주의 훈련을 하고 캐치볼과 티볼 배팅을 통해 감각을 살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2군 캠프에 합류하면 본격적으로 기술 훈련을 할 수 있다. 지난 4일부터 완도에서 훈련을 시작한 KIA 2군에는 차영화 코치와 30명의 동료들이 있다. '5일 훈련-1일 휴식' 일정으로 오키나와 캠프 못지 않은 강도의 훈련을 하고 있다. 구성원도 투수 9명·포수 2명 등 포지션별로 다양해 연습경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오키나와 캠프 합류가 불발된 점은 아쉽다. 지난달 18일 구단에 '백기투항'하고 재활군 훈련에 합류한 최희섭은 한 달 동안 성실히 훈련을 소화했다. 선 감독이 복귀한 최희섭을 크게 꾸짖으며 "선수단 전체가 용서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라. 훈련 태도와 몸 상태를 보고 1군 합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최희섭은 일말의 희망을 갖고 훈련에 임했다. 훈련 성과는 있었지만 일단 오키나와 캠프 합류는 무산됐다. 22일부터 일본 팀과 5차례, 국내 팀과 7차례의 평가전이 포함된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희섭은 시범경기 엔트리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가 됐다. 오키나와 캠프를 소화한 선수들에 비해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에 중도 합류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캠프 일정은 다음달 13일까지로 채 한 달이 안 될 만큼 짧다. 게다가 오키나와 캠프 참가자 명단을 발표하는 날 선 감독이 직접 최희섭의 2군 캠프 합류를 지시한 점으로 미루어 최희섭의 오키나와행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최희섭의 재활군 훈련을 전담했던 장세홍 KIA 트레이너는 "2군 캠프 합류 외에 다른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최희섭은 16일 선 감독의 지시를 받고 곧바로 짐을 꾸려 완도로 향했다. 이날은 2군 캠프 휴식일이었지만 17일 훈련부터 정상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완도행을 서둘렀다. 오키나와 캠프 합류는 어려워졌지만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는 최희섭이 어떤 모습으로 시즌을 맞이하게 될까. 장세홍 트레이너는 "지난 한 달 동안 최희섭의 체중이 5㎏ 가까이 줄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집중력 있게 훈련을 소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