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산고 끝에 탄생한 강원의 올 시즌 슬로건 ‘3D 축구’
프로축구 강원 FC가 올 시즌 슬로건을 '3D축구'로 정했다.
올 시즌 강원이 추구하는 경기 스타일 3가지를 설명하는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땄다. 역동적이라는 뜻의 '다이내믹(Dynamic)'과 빠르게 돌진한다는 의미의 '대쉬(Dash)', 팬들에게 감동을 전한다는 의지를 담은 '드라마(Drama)'를 한데 모았다. 3차원 입체영상을 뜻하는 '3D(3 Dimensional)'라는 단어 자체도 '입체적인 축구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의미로 추가됐다.
본래 김상호(48) 강원 감독이 머릿 속에 떠올린 올 시즌 슬로건은 '멘탈축구'였다. 지난 시즌 강원의 분위기를 지배했던 패배주의를 극복하려면 굳건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간스포츠가 14일자로 게재한 16개 K-리그 구단의 슬로건을 꼼꼼히 살펴본 뒤 마음을 바꿨다. 닥공(전북·닥치고 공격), 무공해(서울·무조건 공격해), 수사불패(상주·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 기호지세(인천·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 리얼 블루(수원·진정한 수원 축구의 구현) 등 타 구단의 슬로건을 두루 확인한 김 감독은 의미 못지 않게 팬들의 눈에 쏙 들어오는 기발한 표현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김 감독은 즉시 선수들과 머리를 맞댔다. 제주 전지훈련 기간 중 선수 두 명이 사용하는 각 방마다 아이디어 1개씩 낼 것을 주문했고, 결과를 취합해 고민에 들어갔다. 최종 후보작은 이정운-김동기 조가 제출한 '3D축구'와 김은중-정성민 조가 제안한 '멘탈축구'였다. 멘탈축구는 당초 김 감독이 구상한 표현이었지만, 의미가 달랐다. '맨(멘) 밑에서 탈출하자'는 해석이 달렸다. 지난 시즌 강원이 정규리그 최하위로 처져 마음고생을 했던 김상호 감독의 심금을 울린 슬로건이었다. 고심 끝에 김 감독은 '3D축구'의 손을 들어줬다. "강원이 추구하는 축구를 멋지게 표현했다"는 심사평이 따라붙었다.
최종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진 못한 작품들 중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무패축구(무조건 패스하는 축구, 지지 않는 축구), 골프축구(골 넣고 프레싱하는 축구), 미사일 축구(미친 듯이 사정 없이 넣어 일내자), 극장축구(영화보다 재미있는 강원극장을 만들자), 열쇠축구(어떤 문이든 연다) 등이 감독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김상호 감독은 "슬로건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의 창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다양한 슬로건을 통해 올 시즌에 대한 선수들의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선수들이 제안한 모든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다 보여주고 싶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