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1시 분당의 한 추모공원. 버스 3대에서 내린 100여 명의 인원이 한 작곡가의 묘소를 방문했다. 창작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전 배우와 스태프가 이 작품의 탄생을 지켜보지 못하고 세상을 뜬 작곡가 이영훈의 묘소를 지난해 초연에 이어 다시 찾았다. 이영훈의 기일은 2월 14일.
'광화문연가'는 이영훈의 곡들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엮은 뮤지컬이다. 이 작품 곳곳에 이영훈의 숨결이 살아있다. 주인공 '한상훈'은 이영훈의 이름을 살짝 바꾼 것이다. 이야기는 현재과 과거의 한상훈, 두 명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전개된다.
100여 명의 배우와 스태프 전원이 공연 중(3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 함께 움직였다는 점이 놀랍다. 주연인 윤도현·조성모·정선아 등도 추모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영하 7도의 추위 속에서도 전원이 헌화하고, 함께 식사했다. 그들이 2~3개 작품을 동시에 뛰는 것을 감안하면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다.
'광화문연가'의 제작자인 임영근 대표는 "배우와 스태프에 딱 2가지만 부탁한다. 다치고 말고 건강하게 공연을 마쳐달라는 것, 전원 이영훈의 묘소를 방문하는 것"이라면서 "'광화문연가' 프로덕션의 전통을 세우고 싶다. '이영훈은 8년 이상 뮤지컬 작업 하면서도 그 빛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우리는 살아숨쉬면서 이 작품을 하니 행복하자'라는 말을 배우와 스태프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광화문연가'의 프로덕션 분위기는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영훈이 직접 남긴 묘소의 글귀를 전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삶과 사랑은 하늘의 구름과 같이 흘러만 갑니다.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바라보면 그 사이 먼 곳으로 사라져가 없습니다. 항상 사랑하고, 늘 사랑하고, 서로 사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