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용규(27)는 27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평가전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다테야마 쇼헤이에게 4구째에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올해 스프링캠프 실전 9경기, 24타석 만에 나온 첫 삼진이다. 이용규는 이번 캠프에서 2차례 자체 홍백전과 7차례 평가전에 출전해 28타석 24타수 7안타 4볼넷 1삼진을 기록 중이다. 타율(0.292)과 출루율(0.393)은 지난 시즌(타율 0.333·출루율 0.427)보다 낮지만 타석당 삼진비율(0.036)은 지난해(0.066)보다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삼진당 볼넷 비율(4.00)도 지난 시즌(1.91)보다 크게 높다.
'공격형 2번타자'의 전제는 만점 톱타자
겨우 9경기, 그것도 정식 경기가 아닌 평가전 기록을 놓고 지난 시즌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지난 시즌 타석당 4.3개(규정타석 채운 타자 중 최다)의 공을 보며 상대 투수를 괴롭혔던 '커트 신공' 이용규의 선구안이 올해도 변함 없이 날카로울 것이라는 예고는 된다. 이용규는 9경기에서 타석당 평균 4.27개의 공을 보며 여전히 투수들을 피곤하게 했다. 이용규는 27일 "1번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출루율"이라며 "타율과 도루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규의 생각은 선동열(49) KIA 감독의 '공격 야구' 구상과도 맞아 떨어진다. 선 감독은 올 시즌 가장 강한 타자를 2번 타자 자리에 배치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테이블 세터와 중심타선을 잇는 2번 타자가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격형 2번 타자'를 찾고 있는 선 감독의 마음에는 1번 타자 이용규에 대한 강한 신뢰가 깔려 있다. 이용규가 톱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줄 것을 믿기 때문에 2번 타자를 더 강조하는 것이다. 이용규는 "나에 대한 감독님의 신뢰에 높은 출루율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올 시즌 팀 내 야수 중 유일하게 이용규를 중견수 겸 1번 타자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내가 여유로울수록 투수들은 초조할 것"
데뷔 9년차가 된 이용규는 올 시즌에도 투수들의 공을 최대한 많이 보고 많이 커트하되 조금 더 여유를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투수들의 볼 배합을 예상하거나 수싸움을 하는 데 조금은 요령이 생겼다"며 "타석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됐다. 올 시즌에는 조바심을 버리고 여유 있게 타석에 서겠다. 내가 여유로울수록 투수들은 더 초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체력이다. 이용규는 "타석에 설 때마다 혼신을 다해 집중한다. 타석에서는 잘 모르는데 집중하는 시간이 누적되면 시즌 후반기에 체력이 조금 부족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시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용규는 "지금도 그렇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을 조절해 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8월29일 광주구장에서 넥센 투수 박준수를 상대로 무려 20개(역대 최다 기록)의 공을 던지게 했던 이용규의 '커트 신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재해 보인다. 이용규는 "훌륭한 투수들이 많지만 올해도 나에게 삼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