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 최준석(29·115㎏)과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1·2m 3cm)는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중량·최장신 선수다. 야구선수가 체격이 발달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두 사람은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팀의 대표 선수로 우뚝 섰다.
흔히 투수는 키가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한다. 공이 위에서 아래로 꽂히기 때문에 타자가 치기 어려운 각도가 나온다. 타석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져 변화구 대응에 이점이 있다. 지난해까지 NC에서 스카우트 업무를 맡았던 박철영 SK배터리 코치는 "신인 선수를 볼 때 신체조건을 눈여겨본다. 특히 투수는 키가 클수록 선호한다"고 말했다.
장신인 니퍼트는 스카우트 입장에서 '에이스'에 적합한 체격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키가 너무커서 슬펐던' 기억이 있다. 바로 지난해 3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한화와의 시범경기다.
당시 선발 등판한 니퍼트는, 4이닝 동안 3피안타 1피홈런 5볼넷 3실점하며 부진했다. 윤석환 당시 두산 투수 코치는 "키가 커서인지 투구폼이 크고 퀵모션이 느리다"며 입맛을 다셨다. 타석에서 니퍼트의 공을 상대한 한화 김경언도 "키가 커서 볼의 각은 좋다. 그런데 투구폼이 크다 보니 볼을 뿌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견제동작도 느린 것 같다"고 평했다. 신장이 크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라는 뜻이다.
타고난 성실성으로 단점을 극복했다. 니퍼트는 경기 후 "퀵모션을 빨리 하도록 스텝을 수정하겠다"고 밝혔고, 2주 뒤 열린 시즌 첫 경기(4월2일 잠실 LG전·3피안타 2볼넷)에서 무실점 호투했다. 투구를 시작할 때 왼발을 작게 들고, 공을 던질 때 포수 쪽을 향했던 발을 1루 쪽으로 내딛는 슬라이드 스텝으로 바꿨다. 이효봉 XTM해설위원은 "니퍼트는 장신이지만 상·하체 밸런스가 뛰어나다.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했다. 신장이 커서 생긴 문제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의 5번타자 최준석의 몸무게는 세자릿수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다리와 허리에 하중이 쏠리고, 부상의 원인이 된다. 지난시즌 최중량이었던 오릭스 이대호(30·130㎏)는 "한때 몸무게가 140㎏까지 나갔다. 다리가 아파서 러닝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절친'이자 2012년 몸무게 1위 자리를 차지한 최준석도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고전했다.
과체중의 단점을 파워와 순발력으로 커버했다. 이명수 두산 타격코치는 "최준석은 몸무게는 많이 나가지만, 순간적인 배트 스피드는 그 누구보다 빠른 선수다"라고 평했다. 타격시 체중을 배트에 실어 장타로 연결한다. 몸무게 조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최준석은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전훈캠프에서 '특수(특별수비훈련)' 고정 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