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27·SK)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묻어 나온다.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어요. 정말 꼭 달고 싶은데"라고 말하던 그가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 뽑아주시기만 한다면 입대도 미룰 수 있습니다"라고 공언했다. 그만큼 정우람에게 태극마크는 간절하다.
지난 주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정우람은 수시로 "제가 WBC에 나갈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지난 시즌 성적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우람은 2011년 4승 7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불펜투수였다. 그의 서클체인지업의 프로야구 대표 구종으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괜한 아쉬움이 남는다. "2010년에 그 성적을 올렸다면, 달라졌을까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2010년, 정우람은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해 정우람의 성적은 8승 4패 2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53이었다. 대표팀 승선을 확정짓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그러나 SK에서는 "정우람만큼 확실한 투수가 어디있다고…"라는 아쉬움이 터져나왔다. 당시 대표팀에 뽑힌 군 미필자 송은범·김강민은 "정우람을 생각하면 좋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 가장 확실한 투수로 꼽히던 정우람은 2011년을 계기로 '국내 프로야구 최고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대표팀 승선도 가능해 보인다. 정우람은 "야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대표팀에 뽑힌 적이 없다. 청소년 대표와도 인연이 없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이 가장 아쉽다"고 떠올린 뒤 "이번에는 아시안게임보다 더 큰 무대다. 2013년 WBC에는 꼭 나가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우람은 올 시즌 종료 뒤 군입대한다. WBC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군입대 시점을 4월로 미뤄야 한다. 광저우아시안게임은 '군 면제 혜택'이 있지만 WBC는 군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정우람은 "이미 군 입대를 결정했다. WBC에 병역 혜택이 없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태극마크와 병역 혜택은 다른 문제다. 지금 나는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뛰고 싶다는 뜻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자체가 영광이다. 미국·일본 선수와 상대하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지 않는가.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우람이 태극마크에 욕심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들 대한(2)이다. 정우람은 "대한이가 자랐을 때 '아빠는 이런 선수였어'라고 보여주고 싶은 '물품'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우승 반지는 있지만, 태극마크는 또 다르니까"라고 했다.
아들을 떠올린 뒤 정우람은 더욱 과감해졌다. "지난해 성적 정도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그는 "그래요? 저는 더 잘할 자신이 있는데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