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점보다 타율. 53일간의 재활훈련을 마치고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한화 장성호(35)가 올 시즌 타격의 '정확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타점을 올리기보다 타율과 출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한다.
'스나이퍼'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로 프로 17년차가 된 장성호는 "이 정도 연차가 되면 경험상 팀에 필요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며 "해결사는 뒤에 두 명이나 있다. 나는 찬스를 이어가고 만드는 3번 타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재활 끝내고 라이브 배팅
장성호는 삼성과 평가전이 열렸던 지난 3일 경기에 나서지 않고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그리고 훈련을 마친 뒤 밤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혼자서 프리배팅을 했다. 평가전에 나서지 못하는 것에 대한 조급함 때문이 아니다.
장성호는 "평가전 출장 욕심은 지웠다. 대신 시범경기 출전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왼 어깨 수술을 받은 뒤 미국 사이판에서 재활 훈련을 하던 장성호는 오키나와 캠프 합류 1~2주 전부터 가벼운 배팅 훈련을 했다. 그러다 합류 직전 사흘 동안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타격 훈련을 잠시 멈췄다.
장성호는 3일 "사흘간 쉬며 잊은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야간 훈련을 했다. 오늘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날이라 프리배팅을 못했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라이브 배팅을 시작한다. 후배들이 볼 텐데 한 번이라도 더 휘둘러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웃었다.
"김태균·최진행 살리겠다"
장성호가 야간 훈련까지 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하나다. 정규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완전한 컨디션을 만들어 4번 김태균과 5번 최진행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장성호는 "김태균이 돌아와 우리 팀은 리그 정상급 4·5번 타순을 갖추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김태균과 최진행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계획은 이렇다. 1·2번 타순에 자리할 강동우와 한상훈이 출루하면 자신에게 찬스가 오지만 그때도 되도록 큰 스윙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타점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장점인 콘택트 능력을 살려 어떻게든 살아나가 찬스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4개(1999년). 그러나 2002년 타율 1위(0.343)에 오르고 프로 16년간 통산 타율이 0.300일 만큼 정교한 타격에는 정평이 나 있다.
테이블 세터가 출루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투아웃에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도 큰 스윙을 하지 않고 출루에 집중한다. 자신보다 큰 스윙을 잘하는 타자가 뒤에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장성호는 "한대화 감독님과 팀에 죄송해서라도 올 시즌엔 정말 잘해야 한다"고 했다. 어깨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통증이 걱정되지 않는지 물으니 "문제 없다. 신인도 아닌데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면 안된다"며 "오는 20일(청주 롯데전) 시범경기에는 나가야 정규시즌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다. 초반 순위가 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무조건 나간다"고 말했다.
장성호 최근 5년간 성적
연도 소속 경기 타율 홈런 타점 출루율
2011 한화 116 0.244 8 37 0.379 2010 한화 74 0.245 4 29 0.344 2009 KIA 88 0.284 7 39 0.378 2008 KIA 85 0.304 7 46 0.412 2007 KIA 116 0.281 11 62 0.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