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그룹 안녕바다(나무·명제·준혁·대현)는 음악적 자신감이 대단하다.
팀을 소개하면서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안녕바다 만의 색깔(아이덴티티)이 분명한 음악을 일관되게 하기 때문이다. 안녕바다가 1년 3개월 만에 정규 앨범 '핑크 레볼루션'을 내놨다. 2009년 가요 기획사 플럭서스 뮤직과 계약하고 만든 두 번째 앨범이다. 메이저 회사와 계약할 때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다. 개성있는 인디 밴드가 기획사의 입김에 색깔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두 장의 앨범으로 안녕바다는 모든 의심을 지웠다. 또렷한 자기 색깔 음악으로 탄탄한 고정팬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우리의 색깔만 담을 수 있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장르의 곡을 노래할 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가수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성밴드'로 알았는데 타이틀곡 '악마'는 강렬하다."의도적으로 ‘쎈’ 노래를 타이틀로 택했다. 팬들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안녕'이라는 말이 만났을 때, 헤어졌을 때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중의적인 표현인 것처럼 우리도 신나는 곡과 조용한 노래 모두를 하고 있다. '악마'는 세지만, 부드러운 곡들도 있다."(나무)
-대중적인 면을 고려했나."우선하지는 않는다. 신나게 연주할 수 있고 공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있다. 최신 유행하는 장르나 사운드를 따라가지는 않지만 우리만의 색깔을 지키면서,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명제)
-1년 3개월 만에 2집이 나왔다. "1집을 내면서 2집 준비를 같이했다. 쓴 곡은 많았는데, 작업하는 기간이 오래 걸렸다. 마지막 곡을 녹음할 때는 모두 지쳤다. 근데 또 앨범이 완성되고 무대에 서니 힘이 샘솟더라.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음악 할 팔자'라고 생각했다."(대현)
-한국의 비틀즈를 꿈꾼다고."한 방송에서 '비틀즈처럼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지나도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비틀즈처럼 팀 멤버 간에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하. 10년 넘게 해오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지만 지금의 안녕바다의 결속은 단단하다."(준혁)
-로커의 자유로운 생활이 부럽다."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우릴 부러워한다. 우리가 굉장히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일할 때 자고, 잘 때 깨어있을 뿐이다. 사실 잘 때도 음악 생각만 한다. 비틀즈는 미국에서 한 달을 쉬지 않고 공연한 뒤 이틀 뒤에 유럽에서 공연을 했다. 편곡은 비행기 안에서 새로 했다고 한다. 우리도 부지런하다."(나무)
-록 아티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한다."시나위 신대철 선배가 '너희가 록음악을 한다며? 증명해봐'라고 물은 적 있다. 선배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는데 '너희가 록이라면 록인거야. 선을 긋고 그런 것 아무 의미없어'라고 말했다.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음악 색깔이 분명하고, 열정만 있다면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아이돌 그룹이 격렬하게 춤 연습 하는 것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솔직히 놀랐다. 그들 역시 아티스트다."(나무)
-좋아하는 국내 뮤지션은."국내 넘버원 록밴드는 크라잉넛이라고 생각한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멋있다. 형들 연주하는 것 보면, 똑같은 레퍼토리라도 언제나 새롭고 감동적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정말 즐겁게 음악하는 것 같다."(나무)
-인디 밴드지만 규모가 큰 회사와 계약했다."겉모습이 변하더라도 본질을 잃지 않는다면 문제없다. 플럭서스에 들어오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본질은 지켰다. 인디 록밴드 국카스텐이 한 연예 기획사와 계약하고 말들이 있지만, 그들도 기획사의 입김에 휘둘릴 그룹이 아니다. 큰 회사의 홍보력에 국카스텐의 음악성이 결합해 인기있는 대형 밴드가 탄생하길 기대한다."(준혁)
-안녕바다에게 홍대란. "20살 때 2년 정도 살았다. 겨우 보증금을 구해 딱 잠만 잘 수 있는 거처를 구했었다. 음악을 만들면 놀이터에 가서 노래했다. 어쿠스틱 기타하나로 음악을 들려줬다. 술 취한 사람들이 와서 난동도 부리고, 눈물도 흘리고, 음료수도 건네고, 추억이 많다. 우리 멤버들도 다 홍대에서 만났다. 홍대는 우리의 놀이터이자 고향이다."(나무)
"10년 전만 해도 10명 중에 5명 음악하는 사람이고, 나머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놀이 문화의 메카가 돼 예술하는 사람들이 쉴 곳을 잃었다. 가격도 너무 올랐다."(명제)
-아이돌이 점령한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 나갔다"재미있는 일은 무조건 한다. MBC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에 카메오 출연한 적도 있을 정도다. 사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는 보컬만 라이브를 할 수 있다. 밴드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우리의 음악을 알릴 수 있다면 고맙다. 방송에서 라이브를 못한다고 우리가 밴드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대현)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