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기자의 눈] 달아오른 농구열기…자질 없는 판정이 망치나?
올 시즌 남자 프로농구는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6강 플레이오프(PO)가 한창 진행중인 15일 현재 총 122만 9759명이 농구장을 찾았다. 기존 최다 관중 기록이던 2008-2009시즌의 122만 1636명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앞으로 4강 PO, 챔피언결정전까지 남아있어 관중 기록은 더 늘어갈 것이다.
오세근(KGC인삼공사)·김선형(SK)·최진수(오리온스) 등 거물 신인들의 등장과 양동근(모비스) 김승현(삼성) 등 스타들의 플레이에 농구장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다시 농구붐이 일고 제2 중흥기의 기회를 잡는 것 같다. 그런데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더욱 뜨거워진 농구 열기를 심판들이 식힐까 우려된다.
14일 KT와 전자랜드의 경기는 애매한 심판 판정이 많았다. 4강행 티켓이 걸린 치열한 경기인 탓에 몸싸움도 거칠었지만, 양팀 모두 심판의 휘슬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장면들이 많았다. 급기야 전창진 KT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주전 5명을 동시에 후보 선수들로 교체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전 감독의 방법도 잘못됐지만, 1차적인 원인은 심판들의 애매한 판정에 있었다.
문제는 한 경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9일 모비스와 KCC의 6강 PO 2차전에서도 양팀 모두 심판 판정에 불만이었다. 특정팀을 향한 편파 판정이 아니라 공격자 파울, 인텐셔널 파울 등 휘슬을 불어야 할 때 불지 않아 양팀 모두 피해를 본 오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KT-전자랜드 1차전 경기 막판, 공이 찰스 로드(KT)의 허벅지를 맞고 나갔다. 하지만 세 명의 심판은 리플레이 화면으로 비디오 판독을 하고서도 KT 볼을 선언했다. 전자랜드의 승리로 끝나 큰 문제가 없었지만 경기가 뒤집어졌다면 큰일날 뻔 했다.
한 농구인은 "과거보다 오심이 많아진 것 같다. 1라운드부터 난리였다. 과도기라는 주장도 있지만 심판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어떨 때는 3명의 심판이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휘슬을 아끼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자기 앞의 상황이 아닌데도 휘슬을 불어 일관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심판도 사람이다. 거친 몸싸움과 빠른 플레이에서 신이 아닌 이상 오심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잦아지면 안된다. 강영숙 심판위원장은 "심판 판정이 퍼펙트하다고 말은 못하지만 한 두 개 애매한 것은 있었다. 계속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어설픈 판정, 자질없는 판정의 피해자는 경기에서 뛰는 선수, 감독들만이 아니다. 팬들로 하여금 눈쌀을 찌푸리며 농구에 대한 관심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수준 낮은 심판 판정은 농구판 전체를 피해 입게 만든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