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와 영화 속에 나이 많은 여배우와 어린 남자배우의 조합이 자주 등장해 눈길을 끈다. 42.2%대 시청률로 대미를 장식한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30)·김수현(24) 커플이 대표적인 예. 후속 드라마 '더킹 투 하츠'의 하지원(34)·이승기(25)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는 한예슬(31)과 송중기(27)를, '너는 펫'도 김하늘(34)·장근석(25)을 '연상연하 커플'로 내세웠다.
이들은 극중에서 나이차가 나는 커플로 설정되거나 실제 나이차를 무시하고 또래로 묘사되기도 한다. 드라마·영화 속에 연상연하 커플의 등장이 잦아지는 이유는 뭘까?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 반영
드라마와 영화 속에 연상연하커플이 많아진 것은 한층 누그러진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이 깊다. 연상연하 커플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관대해졌다는 말.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래나 드라마 등 작품속에 등장한 연상연하 커플은 주로 나이차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힘들어했다. 나이많은 남자가 어린 여자를 감싸주는게 당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간혹 '누나를 사랑한다'는 대사나 가사가 들리면 대중들 사이에서도 '새롭다' 또는 '놀랍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연상연하 커플을 향한 시선이 변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치관이 바뀌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실제로 연상연하 커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별을 쏘다'(02) '내 이름은 김삼순'(05) 등 화제의 드라마가 극중 연상연하 커플을 전면에 내놓으면서 변해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함은 물론 편견을 깨뜨리는데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이승기가 '내 여자라니까'를 부르면서 누나팬들의 마음을 휘어잡던 2007년 당시 대중들은 이미 연상연하 커플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해 말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미혼남녀 직장인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낸 응답자의 비율이 65.8%를 차지해 연상연하 커플에 관대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증명했다.
▶남자스타 기근현상이 만들어낸 결과
드라마·영화 속 연상연하 커플의 증가는 남자스타 기근현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원·김선아·김하늘 등 대중의 시선을 한번에 잡아끌만한 스타급 여배우들의 나이대가 20대 후반·30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반해 호흡을 맞출 또래 남자스타들을 찾는게 쉽지는 않다. 현빈·강동원 등 톱스타들은 군복무중이고, 그보다 높은 나이대의 남자배우들은 '말랑말랑한' 멜로를 기피하거나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아예 제작진이 캐스팅 단계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결국 톱스타급 중 여배우의 비율이 높아진 데 반해 남자스타들의 나이대가 어려지면서 극중 연상연하커플의 수가 증가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 여자스타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여배우의 수가 많지 않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어쩔수없이 연상연하 커플 캐스팅이 이뤄질 때도 있지만 오히려 요즘에는 이런 조합이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남자배우는 인기많은 여자선배의 덕을 볼 수 있고 여배우도 팔팔한 후배 때문에 젊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으니 양측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동안의 외모 자랑하는 여배우들
'해품달'에 캐스팅된 한가인은 '미스캐스팅'이라는 여론 때문에 불안한 날을 보냈다. 결혼까지 한 상태에서 무려 6살이나 어린 김수현과 커플연기를 해야한다는 게 만만치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터. 하지만 막상 방송후에는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다. 극중 김수현과 또래로 등장하는데도 '절대동안'의 한가인을 연상녀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없었다.
'해품달'의 후속작 '더킹 투 하츠'의 하지원과 이승기는 9살 차이다. 그러나, 하지원이 워낙 탄탄한 몸매와 동안의 소유자라 9살 어린 이승기와 나란히 세워놔도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김선아(37)는 5월 방송예정인 '아이두 아이두'에서 11살 어린 이장우(26)의 마음을 훔친다. 피나는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다듬은 날씬한 몸매로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SBS 새 수목극 '옥탑방 왕세자'의 한지민(30)도 박유천(26)보다 4살이 많다. 하지만, 박유천의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된 외모를 유지하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
한 방송관계자는 "극중 연상연하커플이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여배우들의 철저한 관리 때문이기도 하다. 동안에 날씬한 몸매, 섹시함까지 갖춘 채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 어린 남자스타들과 커플연기를 해도 어색해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