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친분이 없어서 그런지 질문을 하려니 쑥스럽다. K-리그에서 9시즌이나 뛰었던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씩 웃으며) 서로 친분이 없어서 그런지 대답을 하려니 쑥스럽다. 2010년에 나갔던 FIFA 클럽월드컵 마지막 경기였던 것 같아. 그때 무릎 십자인대 다치는 바람에 독일에서 6개월 있었어. 힘들었어."
▶김정우(전북 미드필더, 성남 시절 라돈과 친했던 선후배)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넌 한국말을 참 잘 하잖아. 우리 말에 익숙하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정우! 오랜만이야. 연락 좀 해. 한국말 잘해서 좋은 점은 감독님이 작전지시하는 것 잘 알아듣는 거야. 그런데 나쁜 점도 감독님이 말하는 것 잘 알아듣는 거야. 내가 잘못하면 욕하는 거 다 들려. 다 알아들었어. 하하하."
▶임중용(인천 시절 동료, 영화 '비상'에서 라돈 혼냈던 주인공)
- 잘지내고 있나. 게임 뛰는 것을 보니 예전에 비해서 많이 성숙하고 노련해진 것 같더구나. 인천에 함께 있을 때 내가 많이 혼을 내서 그런지 더 정이 가고 생각이 난다. 너는 내 생각 안 나니.
"영화 '비상'에서 중용이 형이 나 혼내는 장면 나왔어. 사람들이 우리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그때만 그랬던 거야. 평소엔 많이 친했어. 독일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국에는 오지마. 하하하. 농담이고, 나도 형 잘 지내는지 궁금해."
지난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은퇴한 임중용은 현재 독일에서 코치연수 중이다.
▶신의손(부산 코치, 축구선수 중 한국인 귀화 1호)
- 내가 살던 러시아나 동유럽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 고향 음식이 그리울때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내가 결혼한 거야. 동유럽 음식들 정말 맛있어. 하지만 전혀 그립지 않아. 와이프가 다 만들어주니까. 오히려 와이프가 한국 음식을 해주지 않아서 나는 한국음식이 더 그리워."
- 나는 나이 마흔이 넘어서 귀화를 했다. 내 생각엔 귀화를 하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같다. 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인천에 있을 때 한국에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한국 너무 좋았어. 나중에 은퇴한 뒤엔 인천에 카페 열고 장사하고 싶어. 이름은 '라돈치치 31'이면 어떨까. 아이스크림 가게랑 이름이 너무 비슷한가."(라돈치치는 인천 시절 31번을 달고 뛰었다.) ▶요반치치(성남 공격수, 라돈치치의 뒤를 이어 성남에 합류)
-성남에 있을 때 신태용 감독님에게 사랑도 받고 미움도 받는 관계였다고 들었다. 신 감독님에게 미움이 아닌 사랑만 받을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알려줘.
"같이 술 한 잔 마시면 금방 친해질 수 있어. 신 감독은 독특한 성격이 있는 사람이야. 그것에 잘 맞출 수 있어야 해. 그런데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을 잘 하는 거야. 게임 잘하면 뭐든 다 해줘. 진짜야."
▶지승준(라돈치치 매니저, 형제처럼 지내는 인물)
-인천에서 뛸 때 많이 이기는 팀, 팬들이 환호하는 팀에 가고 싶다고 했지. 성남에 가면서 많이 이기기 시작했고, 이젠 수원에서 팬들의 환호까지 받게 됐구나. 남은 목표는 뭐냐.
"수원은 정말 멋진 팀이야. 내가 생각하는 좋은 팀 조건들 다 갖고 있어. 이젠 수원에서 우승 트로피 수집을 시작할 거야. 나는 아직 K-리그에서 한 번도 우승해보지 못했어. K-리그부터 우승하고 싶어. 그리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또 우승해야돼. 수원이니까 할 수 있어."
▶알미나(부인, 5월에 첫 아들 출산 예정)
-어떤 아빠가 되고 싶어.
"아직은 비밀이야. 아이가 태어나면 직접 보여줄게. 나는 가정적인 남편과 아빠가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할 거야. 아이들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 알미나가 힘 닿는 데까지야. 하하하. 몇 명이나 낳을 지는 잘 모르겠어. 한 가지 힌트를 주자면, 우리 가족을 모두 태우기 위해서 미니버스를 살 거야."
이날 라돈치치는 인터뷰를 진행한 레스토랑에서 FC 서울의 데얀과 마주쳤다. 라돈치치는 인터뷰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데얀의 4살짜리 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아이들만 보면 무조건 기분이 좋아진다"며 미소지었다.
▶안종복(전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이사, 라돈치치를 직접 발탁한 인물)
-1983년부터 K-리그를 겪으며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봐 왔지만, 너처럼 한국을 사랑하는 선수는 없었던 것 같구나. 인천에 있을 때도 어떤 용병보다 빠르게 우리 말을 익히는 너를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무엇이 그토록 한국을 좋아하게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하구나. 혹시나 그동안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숨은 이유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말해주면 어떠냐.
"한국이 나한테 기회를 줬기 때문이야. 처음에 친구에게 380달러를 빌려서 한국에 왔어.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을 사업이 힘들어서 고생하던 또 다른 친구에게 다 줬기 때문이야. 인천에서 월급 받고 너무 기뻤어. 인천은 나를 잘 대해줬어. 한국사람들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좋아해. 이건 100% 리얼."
▶데얀(FC서울 선수)
-이번 주말(4월1일)이면 우리가 서울과 수원의 선수로 맞대결을 하는구나. 서울을 상대로 몇 골 정도 넣을 수 있을 것 같나? 그리고 시즌 총 몇 골이 목표인가?
"음, 글쎄. (한참을 생각한 뒤) 이기려면 두 골은 넣어야 하지 않을까. 서울의 네트에 두 골을 꽂아줄게. 내가 몇 골을 넣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이런 약속하는 것도 좋지 않아. 하지만 올해는 그동안 한국에서 치른 시즌 중에 제일 많은 골 넣는 시즌 될 거야. 경기가 많으니까 적어도 20골 이상 넣어야지."
▶김상호(영화배우, 수원의 열혈 팬)
-제 나이가 43세인데도 팬으로서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두근거리네요. 한국인으로의 귀화를 준비하신다고 들었는데, 준비는 잘 되어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수원에서의 선수 생활이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어, 나 아저씨 알아. 타짜에서 봤어. 나 영화 타짜 좋아해. 아저씨 수원 팬인 줄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