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8득점 대전은 8실점. 올 시즌 4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리그에서 가장 골을 많이 넣은 팀과 가장 골을 많이 내준 팀이 만났다. 벼랑 끝에 선 대전은 필사적이지만 경기가 더해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방울뱀의 이빨이 만만치 않다.
▶ 우리 제주가 달라졌어요.
원샷 원킬, 제주의 방울뱀은 명성대로 독이 강했다. 패스 축구로 압박을 가한 뒤 상대의 허점이 보이면 그대로 침투, 한 방을 날리는 전략은 아름다운 축구를 선호하는 제주 박경훈 감독의 바람대로였다.
리그 9위에 머물렀던 지난해와 확실히 다르다. 제주와 맞붙었던 팀들이 이를 증언했다. 올 시즌 제주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광주FC 역시 “우리가 이기긴 했지만 제주가 정말 잘했다. 빠른 패스와 팀워크가 보통이 아니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방울뱀 축구는 중원장악력과 골 결정력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패스가 빠르고 정확해야 공 점유율을 높이면서 미드필드를 지배할 수 있고, 기회가 생겼을 때 순도 높게 해결해 줄 해결사가 있어야 상대의 골문에 이빨을 꽂을 수 있다.
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박 감독이 직접 이름 붙인 공격진 'B4‘다. 산토스·호벨치·자일 등 브라질 외국인 선수 3명과 ‘황소(Bull)’ 배일환으로 이뤄진 공격진은 네 경기에서 여섯 골을 합작했다. 특히 박 감독이 성실함에 반해 발탁한 신예 배일환은 3골로 스승의 믿음에 보답했다. 시즌 초반 제주에는 준우승을 차지한 2010년의 향기가 난다.
▶ 대전, 벌떼가 불나방떼로...
대전은 지금 리그에서 가장 암울한 팀이다. 4전 전패에 최다 실점(8골), 여기에 최소 득점(1골) 기록까지 갖고 있다. 단두대 매치라 불린 지난 2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대전은 창단 2년차였던 1998년 6연패를 당한 적이 있고, 창단 첫해인 1997년에도 네 차례 5연패를 당한 적이 있지만 시즌 개막부터 4연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 중반 사령탑에 오른 유상철(41) 대전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답게 숫자로 상대를 압박하는 ‘벌떼축구’를 팀 컬러로 내세웠지만 지금까지는 전혀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은 공을 잡은 상대 공격수에 수비수 두 세명이 달라붙도록 했다. 그리고 공격진에서도 공을 잡은 선수 근처로 두 세명이 패스를 받으러 달려갔다. 개인기의 차이를 체력과 숫자로 메운 것이다.
다른 팀에 비해 기량이 부족한 대전에 적합한 전술이었지만 아직까지 대전 선수들은 유 감독의 작전에 따를 만한 체력도 팀워크도 보여주지 못했다. 개막을 앞두고 ‘레전드’ 최은성이 팀을 떠났고 인천전에서 벌어진 대전 팬의 마스코트 폭행 사건으로 팀 외부적으로도 흉흉한 상황에서 대전의 서투른 벌떼는 방울뱀의 공격을 막기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