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밤거리가 화려한 나라도 없다. 번화가엔 밤새 네온사인이 켜있고 24시간 영업하는 술집·식당·편의점 덕분에 밤도 낮처럼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요즘엔 다소 위험해졌지만 밤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아무리 일본 도쿄 치안이 좋다고 해도 서울만 할까.
“전기값이 싸서 그렇습니다.” 한 전기분야 전문가가 말했다. 물론 체감적으로 국민이 느끼는 전기값은 비싸다. 그러나 타국과 비교하면 결코 비싼 요금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요금에 비해 전기의 질도 월등히 좋다고 한다.
타국에서 살아본 사람은 안다. 밤이 되도 불이 환하게 켜있는 집은 많지 않다. 일단 천정에 우리나라처럼 방마다 형광등이 달려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부분 외국은 천정에 작은 벽등 외엔 등이 없고 대신 바닥에 키 큰 스탠드를 설치한다. 특히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쪽 국가에 살아본 사람은 집이 너무 어두워 넘어지기 일쑤였다고.
한국의 싼 전기 값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키워냈다.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기업은 아마도 모 전자기업이 아닐까 한다. 최근 그 기업은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그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모국의 싼 전기값 덕분인데 이를 간과하다니.
현재 한국 전기의 가치를 아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한국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일전에 구글도 이를 적극 검토 중이고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이미 경상도에 데이터박스 공장 건설을 확정지었다.
IT기업에서 한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역시 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IT왕국으로 인터넷 데이터센터가 1200~1300개에 육박한다. 이 센터는 그야말로 전기를 잡아먹는 거대 하마다. 24시간 동안 켜져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계속해서 발열을 막아주는 쿨링시스템까지 가동해야 한다. 1200개의 데이터센터가 1년 치 사용하는 전기는 200만 울산시민들이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와 맞먹는다고 한다.
한국의 싼 전기 값과 양질의 전기가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는 IT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전기는 밑도 끝도 없이 펑펑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버튼 한번 누를 때 무려 250원의 전기가 소모된다고 한다.
물이 좋을 때 물을 아꼈었어야 했던 것처럼, 전기가 싸고 좋을 때 전기를 아껴야 한다. 과거 내가 목욕탕에서 일할 때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었다. 목욕탕 수도꼭지를 잘 잠그는 사람은 부촌에서 온 손님이고 쓸데없이 물을 막 틀고 버리는 사람은 산동네 빈촌 손님이었다.
한국은 최근 대체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수간만·바람·태양광 등의 대체에너지를 이용, 제5의 에너지를 찾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 중이다. 바로 이때 온 국민이 지금 쓰고 있는 에너지의 20%만 줄여도 막대한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 나는 한국의 미래를 매우 밝게 보고 있다. 피할 수 없는 고비는 있겠지만 에너지절약으로 이를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대체에너지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국가로 우뚝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