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부산 아이파크에는 3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구단 주인도 로고도 감독도 모두 바뀌었지만 선수단 운전기사인 정덕헌(58) 반장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1982년 입사 이후 부산 선수단 버스는 그가 운전했다. 그를 거쳐간 선수단 버스만 7대가 넘는다. 전국 방방곡곡 정 반장의 버스가 가지 않은 곳이 없다. 그의 손때가 묻어있는 부산 선수단 버스에서 장 반장을 만났다. 엄한 표정의 정 반장의 얼굴에선 장인의 풍모가 느껴졌다.
-30년 넘게 버스 운전만 하셨습니다.
"1979년도에 군대를 제대하고 82년도에 대우에 입사했지. 그때는 세한자동차 축구팀 버스를 운전했어. 그리고 1983년 대우 로열스가 창단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운전대를 잡았지."
-왜 축구단 버스 운전만 하셨어요.
"축구를 좋아하니까. 비축구인이지만, 30년 동안 하다보니까 정이 들었어. 이제 들어오는 선수들은 자식과 같은 나이지. 처음 프로에 오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재미가 있어."
-추억도 많을 것 같아요.
"그렇지. 부산은 예전 대우로얄스 시절에 잘 나갔어. 1997년 3관왕을 했던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아. 1980년대에는 선수들과 숙소에서 함께 생활했어. 밥도 같이 먹고. 이태호·변병주·정용환 등과 추억이 많지."
-어떤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태호(1983~1992)랑 가장 친했어. 눈을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함께 있었지. 이태호는 버스에서는 분위기 메이커였어.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해 버스를 웃음 바다로 만들곤 했지."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누군가요.
"김주성(1987~1999)이지. 후배를 엄하게 다스리는 편이었어. 대우 시절 경기에서 졌는데, 버스에서 선수들을 혼내더라고. 당시 선수들이 감독보다 더 무서워했어. 그래도 그런 선수가 있어야 성적이 좋아. 요즘은 김한윤이 그런 역할을 해주지."
-엄청난 몸 값의 선수단을 태우고 다니면 부담감이 클 텐데.
"에이 뭘 그래. 그래도 운전대를 잡은 후 30년 이상 무사고였어.
-달인이네요.
"하하 그렇지. 급제동이나 경적을 울린 적이 한 번도 없어. 버스는 선수들의 휴식처이기 때문이지. 신속하고 안전하고 조용하게 운전하려고 해."
-거쳐간 선수들도 많을 텐데요.
"그렇지.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운동하는 것을 보면 성공할 선수인지 알지. 전에는 선수들이 개인 훈련을 참 많이 했는데, 요즘은 안 그래. 선수들에게 꾸준히 하면 기회는 온다고 말해주지."
-잔소리라고 싫어하는 선수들도 있겠어요.
"당장은 쓴 소리로 들리겠지만, 나중에 프로에서 나가 실업팀에 가서 후회하더라고. 항상 선수들에게 말하지. 현역이 최고라고. 최선을 다하라고."
-30년 동안 보람됐던 일이 있다면.
"아직도 운전하는 거야. 30년 동안 선수들에게 피해 안주고 안전하게 운행했다는 것. 또 내 조언을 듣고 어린 선수들이 차근차근 자라서 대표팀이 되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고 뿌듯하지."
-안정환 같은 선수겠네요.
"그렇지. 처음 들어와서 껄렁껄렁했어. '내가 안정환인데'라는 생각이 있었지. 그래도 대표팀에 들고 올림픽, 월드컵 치르면서 성숙해서 보기 좋더라. 이제 은퇴했지만…. "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세요.
"10년 은 더할 수 있어. 운전을 하면서 딸 둘도 모두 대학에 보냈지. 내 업이라 생각해."
-목표가 있다면.
"부산 아이파크로 넘어온지가 10년이 넘었어. 그런데 우승을 한 번도 못했지. 정규 우승을 한 번 보는 게 꿈이야.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5위까지 했으니 올해 우승하면 좋지 않겠어."